포스코는 지난 2003년 상하이 푸둥에 현지법인 포스코차이나를 설립하려다 철강은 투자유치 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사업을 포기할 뻔했다. 그러나 상하이시 당국이 불과 5일 만에 특구 조례를 고쳐 포스코의 투자를 끌어들였다. 푸둥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면 사실상 업종제한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자유구역은 규제 투성이다. 외자(外資)는 세제혜택 업종의 제한으로, 내자(內資)는 첨단업종을 제외하고는 아예 공장신설이 원천봉쇄돼 있다. 경제자유구역이 ‘자유구역’이 아니라 ‘규제구역’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손발 안 맞는 외국인 투자유치=현행 경제자유구역법은 특구에 입주할 경우 조세감면 및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업종을 제조업ㆍ물류산업ㆍ관광호텔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병원, 외국기업의 국내지사, 다국적 기업의 동북아사무소 등 비즈니스업종의 기업들이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자 상하이의 푸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송도국제신도시의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동북아 본사를 유치하려는 전략을 펴면서도 오히려 해당 업종의 진입을 막고 있는 꼴이다. 입주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도 짜다. 상하이 푸둥지구는 현재 외국인 기업에 법인세율 30%의 절반인 15%만 납부하게 하고 있다. 선진기술로 인정되면 조세감면 혜택기한이 끝난 후에도 추가로 3년간 10%의 싼 법인세율을 적용시켜주고 있다. 싱가포르도 자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생산을 위해 신기술을 도입할 경우 5~10년간 법인세율을 26% 감면해주는 선도자 인센티브(Pioneer Incentive)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자유구역에서는 27%라는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고 면제ㆍ감면 등 조세혜택도 대상과 범위ㆍ업종마저 제한을 두고 있다. ◇국내 기업 진출 막지 마라=국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제자유구역 진출 여부는 외자유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외국기업들이 삼성ㆍLG 등 국내 유명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 여부를 투자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국내 대기업의 인천경제자유구역 진출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 법에 규정된 공장총량제 규제를 받아 공장설치가 불가능해지거나 절차를 밟더라도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수도권에는 외국기업의 경우 25개 첨단업종에 한해 신ㆍ증설을 허용하고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14개 업종에 국한해 증설만 허용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레저시설에는 제한을 철회하고 첨단업종에 한해 건별로 심의해 공장신설도 풀어줄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 설립한다 하더라도 성장관리권역에 따른 제한을 받아 세제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동북아 허브도시를 만들려는 의지가 있다면 국내 기업의 진출제한을 과감하게 풀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전일수 인천대학 물류대학원장은 “커다란 발상의 전환 없이 경제자유구역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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