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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못찾는 이라크戰

아직 아무런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 사태에 대해 이것이 내 조국과 내 가족의 일이 아니라면 나는 편안한 안락의자에 앉아 팝콘을 씹으면서 이 한편의 드라마가 어떻게 종결되는지 지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일은 바로 우리 모두에게 닥친 일이다.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해리 트루만 대통령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주사위 던지기 놀음에 나섰다. 베트남전 개입도 분명 위험을 안고 출발한 한판 놀음이었지만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리스크는 많이 낮아졌다. 케네디 대통령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둘러싸고 소련과 한판 도박을 벌였지만 사실 이 사건은 그가 주도권을 쥐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이라크를 공격해 후세인을 축출한 다음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을 수립한다는 것이 부시가 노리고 있는 한판 게임의 골자일 것이다. 부시는 분명 그의 정치 생명을 걸고 이 일을 추진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절대 대다수 미 국민들은 이라크 문제를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을 믿고 있다. 하지만 부시 주변의 소위 정책 자문가라는 이들은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만 이라크라는 악한(惡漢) 국가를 변하게 할 수 있다고 부시에게 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라크에 `모범` 정권을 만들어 이슬람권 전체를 미국 입맛에 맞게 바꾸자는 요구도 서슴지 않게 나오는 있는 실정이다.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몇 차례 연설에서 이라크를 해방시켜야만 수백만의 이라크 국민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자유의 기쁨을 안겨줄 수 있으며 이것은 바로 미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자유와 평화의 정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의 이런 원대한 비전을 현실화 시키려면 분명 여러 방면에서의 적극적인 후원이 필요한 데 불행히도 부시는 그를 따르는 세력이 미약한 듯 싶다. 부시 주변에 있는 일단의 사람들은 이러한 비전을 그려낼 수 있지만 그것을 현실화 시키기에는 능력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들이 고작 할 수 있는 일은 군사력에 의존하는 것 뿐이다. 실제로 부시는 취임하자 말자 군사력을 통한 후세인 축출을 그의 정책과제 중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군사행동의 `정당성 쌓기`라는 명분에 그의 정력을 지나치게 쏟았기 때문에 또 다른 방면의 외교에는 너무나도 많은 실책을 저질렀다. 아무런 대안 없이 쿄토 의정서를 내팽개쳤으며 러시아와는 일방적으로 ABM(핵탄두마사일) 협약을 파기했다. 무모한 감세 정책도 알고 보면 그의 이러한 정책의 파행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슬람권과는 서투른 행동으로 잦은 오해와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부시는 이라크에 대한 본격적인 군사행동에 집행하려는 순간인데 이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냉담하다. 오랫동안 군사적 맹방으로 자처하던 독일, 프랑스 조차도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에 반기를 들고 있다. 부시는 분명 명분을 쌓았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명분은 다리가 하나 뿐인 멋진 마호가니 탁자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 옳은 일을 할 때 라고 외치고 있지만 단연코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뉴시스=뉴욕타임스신디케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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