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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왜곡시키는 콜자금 시장에 메스

■ 한은 통화정책 체계 '대수술'<br>콜금리 목표·시장 콜금리 유사 통화정책 안먹혀<br>한은 목표금리 매달린 새 외국계銀등 대출 경쟁<br>단기금융시장 활성화·시장지배력 강화효과 기대

20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이성태 (왼쪽 두번째) 한은 총재가 시중은행장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정책목표금리를 콜금리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동호기자


유동성 왜곡시키는 콜자금 시장에 메스 ■ 한은 통화정책 체계 '대수술' '목표제'가 되레 대출경쟁 조장 통화정책 안먹혀은행 지준관리 강화 유도… 한은, 장악력 커질듯단기금융시장 활성화·시중유동성 흡수 효과 기대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20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이성태 (왼쪽 두번째) 한은 총재가 시중은행장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정책목표금리를 콜금리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동호기자 관련기사 • 콜금리 목표제 8년만에 폐지 • 은행, 지준금 맞추기 비용 더들듯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기준금리를 콜금리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로 바꾸기로 한 것은 시중 유동성을 왜곡시키고 있는 콜 자금 시장에 메스를 가하는 한편 단기금융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근본적으로는 은행들이 지급준비금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하도록 유도해 통화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본격적인 긴축정책에 나설 경우 과거와 달리 시장 금리 상승 및 유동성 흡수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단기자금시장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장악력도 커질 전망이다. ◇한은 '콜금리 목표제도'의 볼모로 전락=콜시장은 은행들이 지준금이 모자라면 돈이 남는 은행으로부터 초단기로 빌려 메우는 곳이다. 이때 적용되는 금리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정책금리다. 지금처럼 대다수 은행들이 돈이 부족하면 한은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자금난을 해소해준다. 시장 콜금리가 한은이 정한 목표 금리보다 훨씬 위로 치솟아오르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은행들이 '목표 금리'에 묶인 한은이 달라는 만큼 돈을 대줄 것으로 보고 자금걱정 없이 마음껏 대출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시중 유동성의 고공행진으로 이어지며 자산 거품을 더 부풀렸다. 특히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들이 허점을 파고 들었다. 국내 예금이 없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대출을 하거나 채권을 사들였다. 한은이 든든한 자금줄 노릇을 해주다 보니 손쉽게 장사를 한 셈이다. 이는 국내 투신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콜시장 왜곡에 통화정책 안 먹혀=금통위의 콜금리 운용 목표와 시장의 콜금리가 거의 같은 수준을 나타내다 보니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크게 떨어졌다. 단기금리가 꿈쩍도 하지 않음에 따라 중기-장기로 연결되는 시장금리 전체가 통화정책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현상도 반복됐다. 지난해 8월까지 총 다섯차례에 걸쳐 단행된 콜금리 목표 인상에도 불구, 대출과 유동성 팽창이 지속되고 시장금리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탔던 데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 신용도가 서로 다른 시중은행과 증권사, 외국은행 국내 지점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들까지 콜시장에 참여하다 보니 콜금리의 자금배분 기능이 약해진 것도 문제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이나 자산운용사들의 영업자금 수요까지 한은이 채워줬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은 콜시장의 최대 자금공급자이면서도 지준금 부과대상이 되지 않음에 따라 통화정책이나 유동성 관리를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더구나 콜시장에 각양의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다 보니 1일물 콜시장이 지나치게 커진 반면 단기금융시장은 발전하지 못하고 채권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유동성 흡수, 단기금융시장 활성화 기대=이번 조치의 효과는 크게 4가지다. 우선 한은이 긴축정책을 펼 때 시중 유동성 증가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콜금리가 단기자금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승하면 외국계 지점이나 자산운용사들이 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 한은이 과거와 달리 콜금리는 내버려두고 은행의 지준만 관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일물 콜거래와 금융기관간 RP시장 등 단기금융시장의 활성화도 기대 효과다. 콜금리 변동성이 커지면 과거와는 달리 콜자금을 조달 및 운용할 경우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상대적으로 금리변동 위험이 낮은 RP 등 기일물 시장을 찾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기관간 RP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콜시장이 은행 등 지준의무가 있는 금융기관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콜시장은 은행들의 지준시장, RP시장은 금융기관들의 단기자금 조절시장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기대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자금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콜시장에서 비대한 위치를 점해온 자산운용사가 RP매매 대상 기관에서 제외되면 한은이 단기자금시장에서 장악력을 좀더 키워 통화정책을 능동적으로 펼쳐나갈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입력시간 : 2007/07/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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