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월요초대석] 금동화 한국과학기술硏원장

대담=이용웅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yyong@sed.co.kr<br>"이젠 국가R&D전략 성과위주로…"<br>투자규모 매년 급증 단순육성 탈피 효율성 따져야<br>국내기업 위한 '세계공인 물질 시험기관' 추진도


“‘육성’ 위주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전략을 ‘성과’를 따먹는 개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금동화(사진) 원장은 국가 R&D 투자와 관련,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 정도로 단기간에 양적ㆍ질적 성장을 이뤘다”고 전제하면서도 매년 급증하고 있는 투자규모에 걸맞게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는지에 대해 차분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연구기관 모두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금 원장은 “R&D 예산이 계속 팽창해온 것과 달리 각 주체들이 투자의 효율성을 얘기할 수 있는 경험이 아직까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전체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문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ST 신희섭 박사의 뇌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둔 통증 신약개발이 우리 기업이 아니라 다국적 제약업체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는 서울경제의 보도에 대해 금 원장은 “국내 학자에 의해 기초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매우 자랑스럽다”면서도 “막대한 투자 등 현실적 문제로 인해 다국적 제약사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 원장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물질 전문시험기관으로 KIST가 발돋움해 국내 기업의 기술노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며 처음으로 KIST의 전문시험기관(GLP) 사업 의지를 공식 천명했다. GLP는 최근 유럽연합(EU)이 발효한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하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상품 물질정보를 시험분석하는 기관으로 아직까지 국내에 공인된 세계적 GLP가 존재하지 않아 독자적 GLP 설립을 요구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토털 로드맵’이 마련되는 등 국가 R&D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R&D 사업은 총괄적으로는 상당히 잘 진행돼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GNP 2만달러 수준에 정부 R&D 투자는 연간 100억달러에 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우리의 지표가 지난 87년의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일본은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국가 R&D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정부 모든 부처가 ‘나눠먹기식’으로 가져갔던 R&D 예산이 99년 이후 과학기술부ㆍ산업자원부ㆍ정보통신부 등을 중심으로 배분돼 많은 문제점이 개선됐습니다. 그러나 각 부처가 투자의 효율성을 얘기할 수 있는 경험이 아직까지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예산이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문도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R&D의 성과가 산업화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기술무역수지가 그 대표적 증거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기술료로 벌어들이는 수준을 보면 산업화로 흘러가는 루트를 만드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업화가 잘 안 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정부가 투자하는 분야가 대부분 하이테크 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굴뚝산업을 잘 챙기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하이테크 분야에만 치중할 경우 그 연구 성과를 중소기업이 제대로 소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일부 한계가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과학기술 법체계는 과학기술 ‘육성’이 기본틀이었고 관련 법령을 보면 산업기술육성법 등 대부분 육성 차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성과를 따먹는’쪽으로 정책의 기본틀을 바뀌야 합니다. -경제뿐 아니라 과학기술에 있어서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샌드위치론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관건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상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풀어나가느냐입니다. 죽음의 계곡은 어렵게 개발에 성공한 신기술이 상용화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사업화 구간을 말합니다. 다행히 현재 정부 출연 연구소의 역량이 상당히 좋아졌고 기업의 반도체ㆍ철강ㆍ조선 등 R&D 성과는 매우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일부분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중국의 발전속도가 무서운 것은 사실입니다.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산업화에도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과 선진국인 일본 사이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는 죽음의 계곡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R&D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 포스코가 성공한 파이넥스공법과 같은 성과가 앞으로도 계속 나와야 합니다. -효율성만을 강조할 경우 꼭 필요한 투자가 소외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돈이 안 되는 분야에 대한 투자 축소입니다.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비록 돈은 안 되더라도 연구가 꼭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항공대에 설치된 포항방사광가속기의 경우 처음 제작한 당시에는 이용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초과학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기업까지 찾아 와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투자를 단지 돈으로만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국방 관련 연구도 당장 돈이 안 된다고 등한시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1호 국가과학자로 유명한 KIST 신 박사의 통증치료제 신약개발 연구가 국내 제약사가 아닌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추진될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는데요. ▦신 박사의 연구를 통해 특정 뇌 부위를 막거나 열어주면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규명됐습니다. 신약개발을 위한 분명한 방향성이 제시된 셈이죠. 하지만 신약 원천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석유산업을 일부 메이저 회사가 주도하고 있듯이 제약산업 역시 상당 부분 국제적 메이저 회사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절차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진행되기까지 커다란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과감한 투자를 실행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신약까지 개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엄연한 국제적 현실도 감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일 발효된 EU의 REACH에 대해 KIST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본격화되면 우리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예컨대 앞으로 국내 전자제품에 포함된 납 성분이 EU에 제대로 등록되지 않으면 제품을 수출할 수 없게 됩니다. 내년 말까지 사전등록을 하고 이듬해 본격 발효되는데 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상품에 들어간 페인트 등의 물질성분을 모두 등록해야 합니다. 이런 물질이 60종을 넘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물질 등록을 위해서는 분석능력을 갖춘 시험기관(GLP)과 등록업체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KIST가 이 업무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KIST는 88년 서울올림픽을 대비해 개설한 도핑센터를 통해 시험기술 기반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시험기관 사업의 진척 상황은 어떻습니까. ▦관련 시장이 얼마나 큰지, 또 민간이 할 일과 국가가 할 일이 뭔지에 대해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KIST가 GLP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 아직 교통정리가 안 돼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시장이 해야 할 부분을 KIST가 적극 나서서 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정부도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정부 투자도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REACH 등록을 위해 KIST에서 나온 분석은 모두가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KIST가 보유한 도핑능력을 기반으로 현재의 능력을 보다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과거 KIST 도핑센터 운영 사례를 보면 샘플 분석이 일부 잘못될 경우 라이선스 자체가 일정 기간 보류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경우 국내 도핑 테스트가 모두 일본이나 중국에 의뢰돼 고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시험기관의 책임은 무겁습니다. -GLP 추진과 관련,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 독자적인 GLP가 없다면 국내 기업은 상품 관련 정보를 일본에 의뢰, 기밀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더 많이 들게 됩니다. KIST 조직 중에는 유럽 현지에 유럽연구소가 개설돼 있어 국내 기업을 대신해 EU에 물질 등록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이 연구소는 EU본부와도 가깝게 있습니다. REACH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업 등록대행 등의 업무를 진행하는 게 초창기 해야 할 일들입니다. ◇약력 ▦51년 충북 옥천 ▦대전고ㆍ서울대 금속공학과 ▦82년 스탠퍼드대 재료화학 박사 ▦85년 KIST 연구원 ▦99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기획관리단장 ▦2002년 KIST 부원장 ▦2006년 제20대 KIST 원장 [KIST는 어떤곳] 대형 국책연구 수행 한국과학기술 메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기초ㆍ원천기술 개발 등 대형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종합연구기관으로 한국과학기술의 '메카'로 불린다. KIST는 지난 65년 5월 박정희 대통령 ,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공업발전을 위한 연구소 설립에 합의, 이듬해 2월 태동했다. 89년 6월에는 대형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종합연구기관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나노과학 ▦재료기술 ▦지능시스템 ▦에너지환경 ▦생체과학 등 총 5개의 전문 연구본부를 두고 주요 국가 기술개발(R&D)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탁월성센터' KIST도약 발판
특정분야 선택 연구비·인력·인프라 집중지원
신희섭박사 뇌연구등 무한 성장가능성 입증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개설한 '탁월성센터(COEㆍCenter Of Excellence)'가 KIST 변혁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KIST가 첫 COE로 내세운 신경과학연구센터는 현재 센터 소속 신희섭 박사가 지난해 말 제1호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데 이어 세계적 제약사들이 센터와 손을 잡고 신약 공동개발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잇따라 표명하는 등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KIST는 지난 2005년 'KIST 21세기 발전전략'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센터인 COE 5개를 설립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COE 육성 후보군으로 ▦신개념 스핀전자소자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 ▦세포기반 신약발굴 바이오MEMS ▦고효율 유기태양전지 ▦플렉스트로닉스 원천소재 및 공정 ▦케모인포매틱스 ▦연료전지 상용화 핵심 원천기술 등의 분야를 선정했지만 KIST가 정작 그 첫 실험대에 올린 것은 통증치료 신약개발을 위한 신경과학연구센터였다. 당시 신 박사의 뇌 연구를 통해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엿본 금 원장의 과감한 선택이었다. 이어 금 원장은 COE만을 위한 연구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구비와 인력ㆍ인프라를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COE에는 과제별로 전담연구원제를 활용하고 소수 핵심과제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원칙을 고수했다. 금 원장은 "취임과 함께 KIST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집중 지원하고 향후 국가에서 필요할 기술을 먼저 시작해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인 COE 확대를 위해 올해 추가로 두 개 분야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KIST는 연료전지와 로봇 분야 등을 중심으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금 원장은 "세계 10대 연구기관으로 도약하려면 세계적인 분야가 몇 개 있어야 하고 이를 이뤄낼 조직이 바로 COE"라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 확충과 주변 환경 개선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