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연비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현대차와 쌍용차는 현재까지 차량 소유주에게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있다. 현행 법규상 자동차 제작사는 결함이 있는 경우 이를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고지하도록 돼 있다. 현대차와 쌍용차는 25일까지 차량소유자에게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려야 하지만 국토부로부터 공문을 받지 못해 고지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미 언론을 통해 다 알려진 사실이어서 연비 부적합 관련 공문을 별도로 보내지 않았다"며 "30일 이내에 고지하지 않은 데 대해 절차상의 혼선으로 생각해 문제 삼을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국토부의 연비 판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긍하지 않는다면 리콜 권고를 내리겠다"며 "이마저 이행하지 않는다면 강제 리콜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관리법을 보면 연비·엔진출력 등은 경미한 사안이면 리콜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면제를 받으려면 해당 기업들이 면제 신청을 해야 하며 국토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즉 연비로 인해 차량을 리콜할지에 대한 결정권은 순전히 국토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가 자동차 업체에 대해 리콜 권고 조치를 내리면 현대차와 쌍용차의 피해보상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현대차의 리콜 대상 차량만 8만여대에 달한다. 리콜을 하게 되면 부품을 교체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한다. 게다가 해당 차량 소유자 가운데 1,700여명이 연비과장 관련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어서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영기 연비소송인단 변호사는 "미국에서 연비과장 관련 소송을 비춰봤을 때 10년간 유류비 추가 비용을 자동차 업체에서 보상해줘야 한다"며 "현대차와 쌍용차가 리콜을 통해 소비자 보상을 실시하면 각각 150만원, 25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 국토부의 연비 부적합 판정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고 있으며 행정소송까지 고려 중이다. 국토부에서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린 차종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적합'을 받았던 만큼 납득할 만한 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현대차 싼타페 2.0 디젤 2WD의 복합연비가 신고치보다 8.3%,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CX7(4WD, 6단오토)의 복합연비가 10.7% 낮다며 두 차종에 대해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차량은 산업부에서 이미 '적합' 판정을 받았었다. 현행 법규상 자동차 업체는 자체적으로 연비를 신고하고 산업부·국토부 등 인증기관은 사후 신고한 연비가 정확한지 검증을 하게 된다. 허용 오차는 5%이며 이를 넘어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과징금 등 처벌을 받게 된다. 자동차 연비인증은 산업부가 담당했지만 지난 2012년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연비 관련 대규모 리콜이 벌어지면서 국토부가 개입하게 된 것이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연비 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이 국토부에서 부적합으로 바뀌었는데 국토부가 해당 내용을 설명하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며 "같은 정부에서 두 가지 결정을 내려 혼란스럽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연비 테스트는 운전자 습관, 차량 상태 등 다양한 변수가 있는데 국토부가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국토부에서 실시한 연비 테스트가 객관성 측면에서 부적합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어 다양한 대처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