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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다크 섀도우

200년만에 깨어난 바람둥이 드라큘라 그를 사랑한 마녀와 소름돋는 로맨스

영화 '다크섀도우'는 팀 버튼 식의 빠른 전개와 재치가 도드라지는 영화다. 하지만 이번 작품 역시 전작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팀 버튼 감독이 자신의 전매 특허 같은 그로테스크한 로맨틱 호러 코미디를 가지고 돌아왔다.

영화의 배경은 1972년.

200년전 명문가 귀족 바나바스는 하녀를 가지고 놀다 내쳤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그 하녀가 마녀였다는 사실을. 마녀의 저주로 드라큘라가 되어 땅속에 묻혀 있다가 되살아난 드라큘라 바나바스는 몰락한 가문을 일으켜 세울 결심을 하고 자신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화 안의 배역 중 아무도 드라큘라 바나바스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까마득한 손녀뻘 되는 10대 여자아이가 바나바스에게 '(히로)뽕 했느냐?'고 조롱할 정도다.

200년만에 깨어난 바나바스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후손들에게 괄시를 받는 와중에도 200년이라는 세대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여자가 의사라니 말세!'라는 둥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늘어 놓는다.

하지만 팀 버튼의 화법은 늘 그랬던 것처럼 관객들의 뒤통수를 친다.

남의 피를 빨아 먹고 살아가는 까닭에 핏줄에 대한 개념이 없을 것 같은 드라큘라 바나바스가 '피는 물 보다 진하다'고 외쳐대며 몰락한 가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마녀와 일합을 겨루는 장면에서는 밥으로서의 피와 유전자로서 피에 대한 상징성이 엇갈린다.

영화에서 관객들을 사로 잡는 것은 재기 발랄한 팀 버튼식 연출과 함께 스크린에 울려 퍼지는 70년대 음악이다.

바나바스가 목수로 착각하는 카펜터스의 '탑 오브 더월드(Top of the World)'와 엘튼 존의 '로켓맨(Rocket Man)' 등 삽입곡들이 스크린에 흐르며 이 영화가 호러물이라는 것을 잊게 한다.



58년 개띠인 팀 버튼 감독은 자신의 감수성이 예민하던 70년대의 정서를 피비린내와 버무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바나바스가 소설 '러브스토리'를 읽고 난 후 한 무리의 히피들을 만나서 잘 놀다가 그들의 피로 포식을 하기 전에 던지는 한 마디로 객석을 자지러지게 하는 식이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거야…'(영화 러브스토리의 명대사)

어쨌거나 영화는 엔딩 자막이나 포스터를 보지 않고도 번득이는 재치와 눈에 익은 그로테스크한 기법으로 '팀 버튼표'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영화는 판화로 찍어낸 작품처럼 전작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조니 뎁, 미셸 파이퍼, 에바 그린으로 이어지는 캐스팅은 나름 호화판이다. 개별적으로는 빛나는 구슬들이지만, 실로 꿰어 놓아도 보배처럼 보이지 않는 게 영화의 흠이라면 흠이다.

어쨌거나 시종일관 빠른 전개와 간단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으로 러닝타임은 빨리 지나간다.

사족: 바나바스의 졸개를 자처하는 집사역의 재키 얼 해일리가 공포영화 나이트메어에서 프레디역을 맡았던 바로 그 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봐도 영화는 전혀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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