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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12 결산] 혜성처럼 나타나 獨·日 추월… '현대車 스토리' 필요

■ 트라우트 회장-조원홍 현대차 전무 대담<br>가격 이상의 특별한 경험 줘야 경쟁서 살아남아

잭 트라우트 대표

조원홍 현대차 전무

샤넬과 에르메스ㆍ벤츠 등 오랜 세월 동안 명품의 지위를 유지하는 브랜드는 하나같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이들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은 브랜드가 어떻게 시작되고 유명해졌는지, 어떻게 장인정신을 고수하며 고객들이 만족감을 얻게 하는지 줄줄이 꿰고 있기 마련이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마케팅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8일 '서울포럼 2012'에서 이뤄진 잭 트라우트 트라우트앤드파트너스 회장과 조원홍 현대자동차 마케팅총괄 전무의 대담은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마케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오갔다.

조 전무는 "현대차는 어떻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갈지 검토한 끝에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전략을 채택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모던 프리미엄으로 점진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는 벤츠나 BMW 같은 '전형적인 프리미엄'과 다른 개념을 고민한 끝에 도출한 결론이다. 그는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의 제품을 비싸게 구입한 소비자들이 그 가격 이상의 경험을 누린다"며 "현대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들도 특별한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케팅이론계의 거장인 트라우트 회장은 현대차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특권(presitige)이 없으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갈 수 없다"며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가치를 안겨주는 이야기(value story)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라우트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포럼 기조강연에서 현대차가 채택할 수 있을 만한 마케팅 포인트로 '가격 이상의 가치를 가진 차(More car for the money)'라는 포지셔닝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트라우트 회장은 현대차와 관해 가장 주목할 만한 이야깃거리로 '어딘가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독일과 일본 브랜드를 제치고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을 꼽았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JD파워스에서 현대차를 렉서스ㆍ포르셰ㆍ캐딜락에 이어 4번째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자동차업체로 꼽은 만큼 스토리텔링의 근거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마케팅이 단기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트라우트 회장은 "시계 브랜드 롤렉스조차 '손자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명품' 이미지를 갖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현대차가 모던 프리미엄 전략을 실행하는 데서 발견될 만한 허점으로 "특별한 경험은 그 제품을 구입한 후에야 온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현대차가 모던 프리미엄을 강조해도 아직 현대차를 구입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는 설득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가격이 비싼 '자동차'라는 상품의 특성상 더욱 그렇다.



이에 조 전무는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현대차의 잠재고객인 젊은층과 양방향 소통에 나설 것"이라며 "아직 현대차를 구입하지 않은 소비자들, 현대차라는 브랜드와 교감하고 싶은 젊은이들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전무는 이어 "전세계 시장에서 일관되는 '코어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지만 특정 국가에서는 다른 메시지를 원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조언을 구했다.

트라우트 회장의 조언은 "일부 유연성이 필요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특별한 가치가 담긴 스토리는 경쟁이 치열한 세상 어느 곳에서든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밖에 트라우트 회장은 기업의 마케팅 총책임자가 주의해야 할 적(敵)으로 자존심을 꼽았다. 그는 "컴퓨터시장에 진출해 형편없는 마케팅을 펼치던 제록스의 고위임원에게 대뜸 제록스의 마케팅 전략이 실패할 거라고 경고한 적이 있었다"며 "그 임원이 놀라면서 왜 이제야 그걸 알려주느냐고 묻더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제록스의 자존심은 이미 자본과 인력과 시간을 투자한 마케팅 전략을 되돌리는 일을 용납하지 않았고 결국 수십억달러까지 손해 규모가 불어난 후 컴퓨터 사업을 접어야 했다.

트라우트 회장은 또 수년 전 핀란드의 노키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노키아는 이대로 가다가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당시 노키아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다(Connecting people)'라는 슬로건을 버리지 않았는데 이 슬로건은 트라우트 회장이 보기에 경쟁사들과의 차별점이 없는 무의미한 구호였다. 물론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컸지만 마케팅 전략의 실패도 큰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트라우트 회장의 분석이다. 조 전무는 "브랜드 포지셔닝을 A에서 B로 옮기는 일은 긴 시간이 필요한데다 모든 직원이 동참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고 공감대를 표했다.

이어 조 전무가 중국이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차별화된 포지션을 구축할지에 대해 묻자 트라우트 회장은 "물론 중국이 한국의 바로 이웃이기도 한 만큼 마땅히 경계해야 하겠지만 일단 중국 기업들이 혁신(innovation)이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현재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제조업 중심국이지만 아직은 마케팅을 배워가는 단계"라며 "중국에는 아직 실리콘밸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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