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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재계-정부 속도조절론에 엇갈린 시각

이런 주장은 대우사태로 불거진 금융불안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간신히 회복국면에 접어든 우리 경제를 제 2의 위기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과 연계돼있다. 불안한 경제상황에 재계의 경영의욕을 꺾는 수많은 정책이 한꺼번에 추진되는게 과연 바람직하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한다.그러나 정부나 금융권은 재계가 개혁분위기에 맞서 「경제 죽이기는 안된다」며 저항했던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시절을 떠올리며 『여기서 물러서면 아무 것도 안된다』는 강경론을 펼치고있다. 『재계의 속도조절론은 재벌개혁을 하지 말자는 속마음 그 자체』라는 분석이다. ◇고개드는 속도조절론 = 재계는 최근 일련의 정부조치들이 재벌해체를 종착점으로 치밀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난 8·15 경축사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게 많다. 金대통령은 당시 『기업집단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개별기업 단위로 움직여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 입장에선 아무리 봐도 재벌해체일 뿐이었다. 이에따라 재계는 우선 보광·한진등에 대한 세무조사가 다른 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있다. 국세청은 이미 30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에 대해 조세건전성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 문제는 어느 기업이고 세무조사에서 무사할 수 없다는데 있다. IMF체제를 몰고온 주범 중 하나가 바로 우리 기업들의 회계 불투명성이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가 결국 재벌총수에 칼날을 들이대는 인적(人的)청산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강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사외이사제·감사위원회 도입등 지배구조 개선정책도 재계의 불안을 고조시키고있다. 개별기업 차원에서 접근할 수 없는 만큼 전국경제인연합회등 단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전경련은 지난 8일 김우중(金宇中) 회장마저 불명예 퇴진, 구심점이 약해진 상태다. 여기에 금융불안과 그에 따른 경영위기는 점차 이같은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부채비율 축소등 돈 쓸 곳은 많은데 금융기관이든 증시든 어디에서도 자금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속도조절론이란 = 재계의 속도조절론은 두가지 측면을 갖고있다. 우선 개혁의 원칙엔 공감하나 한꺼번에 하면 부작용이 크니 차례를 정해 천천히 하자는 그야말로 속도문제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재계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정부의 압박이 너무 거세 혼란스럽다』고 당혹감을 내비쳤다. 비교적 순수한 시각이다. 그러나 재계의 속마음은 제도개혁이든 세무조사든 현재의 총수 일가 지배구조를 해체하고 재벌총수들을 무력화하는 인적(人的)청산에 무게를 두고있다는 현실인식에 뿌리를 두고있다. 어떻게든 이를 막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정부의 개혁의지는 확고하다 = 정부나 금융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정부는 일련의 조치들이 재벌개혁을 위한 의도적인 압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해온 현안이며 머지않아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세무조사는 개별 기업의 조세포탈사실을 적발하고 적절한 조치를 위하는 조세정의 차원에서 이해돼야한다고 강조하고있다. 그러나 이들 조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제도개혁이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강력히 저항하는 재벌일가의 경영관행도 함께 뜯어고쳐야한다는 생각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재계의 불안감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유지하려는데서 출발한다』며 『금융불안이 기업 구조조정을 미루는 핑계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개혁의 고비마다 「경제」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고 개혁의지를 무력화했던 재계의 전력(前歷)이 지금 재계가 외치는 속도조절론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있는 셈이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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