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가용으로 출근을 하는 김모씨는 직접 운전하지 않고 간단한 식사를 하며 책을 읽는다. 자동차는 미리 입력해둔 직장까지 자동으로 움직인다. 입고 있는 옷과 몸에 내장된 나노 센서는 실시간으로 그의 건강상태를 병원에 전송하고 있다. 가벼운 심장질환뿐만 아니라 암세포까지 진단해 처방을 내린다. 오래전 듣고 잊어버린 일정까지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다. 뇌에 등록된 IP주소를 통해 기억조차 실시간 업로드되기 때문이다.
28일 열린 '서울포럼 2015'의 제1세션 '세상을 바꿀 새로운 선을 긋는다(ICT&IoT)'에서 이뤄진 전문가 대담에서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교수와 신강근 미시간대 교수는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곧 다가올 '현재의 일'이라고 확신했다. 생물공학(BT)과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의 경계가 사라져 모든 사물과 사람이 연결되는 세상이 열린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과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 역시 BT와 IoT·ICT의 '융합'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oT와 ICT가 산업발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카쿠 교수는 "실시간(eeal time)이라는 개념이 도입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기술을 산업화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물에 센서를 이식해 실시간으로 다양한 위험을 미리 감지하게 되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암·뇌졸중·심장마비 등 현대의학의 발전으로도 쉽게 치료가 어려운 병의 발생을 예상하는 것부터 자동차·기차·비행기 등의 사고를 막는 기술이 각광 받게 된다는 게 카쿠 교수의 설명이다.
카쿠 교수는 "ICT가 발달한 시대에 수백 명이 탄 비행기가 사라지거나 기차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람의 몸이든 대중교통이든 갑작스러운 위험을 방지하는 기술이 개발되면 이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 역시 "나노 센서가 상용화되면 혈관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히 해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며 "노령화가 빠르게 이뤄질수록 IoT와 ICT 기술이 산업화될 수 있는 영역이 확장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IoT와 ICT를 통한 예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난 1994년 한국에서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회고하기도 했다. 당시 교량의 노후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센서가 있었다면 자동차가 강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향후 건물이나 교량에 실시간 센서를 부착해 노후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보수시기를 찾는 기술 역시 산업화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카쿠 교수는 IoT와 ICT의 발달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이를 예방할 기술의 개발 역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사물과 사람이 연결되는 네트워크망이 구축되면 그만큼 개인정보 유출이나 범죄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카쿠 교수는 "무엇보다 해킹의 피해를 수많은 사람들이 입고 사물들의 작동이 멈추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더욱 강력한 보안책을 개발해 IoT와 ICT의 순기능을 온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