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결국 불명예 퇴진을 선택했지만 새누리당에 산적한 과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친박·비박의 힘겨루기는 내년 총선까지 공천권 등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악화된 당청 관계 역시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아 당분간은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원내대표와 당내 '투톱' 파트너를 이룬 김무성 대표의 체제가 어떻게 유지될지도 관심이다.
비박계인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친박계의 목소리는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지난해 전당대회와 올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며 당내 주도권을 비박계에 내줬다. 살얼음판을 걷던 친박과 비박은 '거부권 정국'으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강하게 맞붙었고 이번에는 친박이 승리한 모양새다.
친박 주류 입장에서는 '유승민 체제'를 무너뜨리고 'K-Y(김무성-유승민) 라인'을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아직까지 당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수적으로 비박계에 비해 열세인데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친박계에 대한 거부감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당장 차기 원내지도부에 친박계가 입성해 김 대표와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당내 계파 구도로 봤을 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놓고 대결한 친박과 비박 모두 이제는 내년 총선 공천권 등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는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지금보다 원내 입성을 늘려야 하고 비박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내년 총선에서 공천에 배제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더욱 세를 집결할 가능성이 높다.
악화된 당청 관계의 정상화 여부도 불확실하다. 당은 하루빨리 당을 수습해 내년 총선 체제에 돌입해야 하고 청와대도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완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당장 양측의 관계가 화합 모드로 향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이 과정에 김 대표의 리더십이 더욱 필요하고 청와대에서는 당분간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당초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놓고 찬반 대결이 팽팽하게 맞서고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생각보다 싱겁게 끝이 났다.
의총에서는 30여명의 의원들이 발언을 신청하며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을 예고했지만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하며 표결까지 주장한 의원들은 5명가량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의총에서 나온 사퇴 의견을 모아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했고 유 원내대표도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