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싼 이집트의 정국혼란이 지난 2011년 이집트 혁명 때와 맞먹는 내분과 유혈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집트 군부는 앞서 무르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시위의 틈을 타 “48시간 내 혼란을 해결하라”고 정권에 최후통첩을 한 데 이어 ‘최종 시간’이라는 제하의 군 수뇌부 성명으로 다시 무르시 세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군 수뇌부는 3일(현지시간) 무르시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나서 내놓은 이 성명에서 “테러리스트와 바보들에 맞서 피를 흘릴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보수 이슬람 성향인 정부 지지층이 “죽음으로 대통령을 지킨다”고 다짐하는 가운데 다시 한번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영국 BBC방송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무르시 대통령은 3일 새벽(현지시간) 45분간 한 TV연설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만큼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고 밝혀 대규모 유혈충돌이 우려된다.
군부는 이에 앞서 “48시간 내 혼란을 해결하지 않으면 무력 개입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시한은 3일 오후4시30분(한국시각 3일 오후11시30분)께로 추정된다.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군부는 무르시를 제외한 채 이날 오후5시 이후 헌법을 정지시키는 한편 다른 정치지도자들과 손잡고 과도위원회를 꾸려 조기선거(대선 등)를 관장하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또 군 최고위원회(SCAF)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자신들은 테러리스트ㆍ과격분자ㆍ바보들로부터 이집트 국민을 방어하는 데 목숨을 바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 메시지는 무르시 대통령이 임명한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밝힌 것이라고 군의 한 소식통은 전했다.
엘시시 국방장관은 군부의 최후통첩이 나온 후 무르시 대통령과 긴급 회동하고 사태해결을 논의한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시위가 격화하면서 시위대와 무르시 지지세력이 2일 밤 카이로 인근 기자 지역의 카이로대 인근에서 밤새 충돌, 최소 16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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