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 측 정해구 새정치위원회 간사와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 등 실무팀 6명은 전날에 이어 서울 마포구 인문카페 '창비'에서 공동선언문 4개 의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협의의 핵심은 정치ㆍ정당쇄신안과 단일화 후 야권 세력을 결집하는 국민연대 방식으로 알려졌다.
정치ㆍ정당쇄신에 대해 안 후보 측은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중앙당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문 후보 측은 공천권의 시도당 이양, 중앙당의 정책기능 강화를 내세우는 등 양측 입장이 다소 달라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대에 대해서도 문 후보 측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진보당과 시민단체 등을 포괄하는 '더 큰 민주당'을, 안 후보 측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의 확산에 걸맞은 정치조직을 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단일화 룰' 협상을 의식해 공동선언의 내용보다는 발표시점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후보 측은 공동선언문 작성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단일화 룰 협상에 착수하기를 원하는 반면 안 후보 측은 룰 협상시기를 늦추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문 후보 측의 정 간사는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속도를 내려는데 저 쪽에서 하나하나 짚어가겠다고 하니 상대를 감안해서 하겠다"며 '신속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공동선언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혁신적이고 분명한 입장이 담겨야 한다. 진심과 진정성이 담긴다면 단일화 방식은 그에 따라오는 것"이라며 '내용'을 강조했다.
단일화에 적극적인 문 후보 측은 다양한 단일화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단일화 불지피기에 나섰다. 문 후보 측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각 홈페이지, 블로그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듣거나 TV토론과 함께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전국 3~4개 권역별로 토크콘서트를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담판'에 의한 단일화 방식도 거론됐다. 김 선대위원장은 두 후보의 담판 가능성에 대해 "그런 방법도 열어둬야 한다"고 했고 문 후보 측 이목희 기획본부장도 '결국 담판밖에 안 된다는 예측이 있다'는 질문에 "담판에 응할 수 있고 분위기가 되면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한편 문 후보 측은 '단일화 경쟁 상대인 안 후보 측을 자극하지 말라'며 대대적인 '자제령'을 내렸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영민 비서실장은 전날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단일화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개인적 의견표명을 자제해달라는 후보의 특별한 부탁이 있었다"는 문자를 보냈다. 문ㆍ안 두 후보의 단일화 회동 이후 '안철수 양보론' '신당창당론' 등이 제기되는 데 대해 안 후보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자칫 감정싸움으로 흐를 것을 염려해 집안단속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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