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대기오염을 이유로 중국 베이징에서 외국인들의 '엑소더스'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어서 고급인력 유출 및 경제적 손실 등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ㆍ공기오염에 따른 대재앙)가 외국인들을 베이징 밖으로 몰아내면서 기업들의 해외 인재 채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포칼립스는 공기(air)와 대재앙(apocalypse)의 합성어다.
FT는 중국 주재 외교관 및 기업 고위임원들을 인용해 1월 최악의 대기오염이 베이징을 뒤덮은 후 외국인들이 중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학기가 끝나는 이번 여름에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스찬 머크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1월에 전례가 없던 수준의 대기오염 수치가 '티핑포인트(예기치 못한 일들이 폭발하는 한순간)'가 돼 많은 외국인들이 베이징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키아 중국 베이징지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3년을 근무한 라스 라스무센은 대기오염 때문에 부인과 두 자녀를 데리고 본국인 덴마크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는 "아이들이 밖에서는 놀지도 못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공상과학 소설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11일 베이징에서는 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가 99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25㎍/㎥)의 약 40배까지 치솟았다. 현재도 1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위험(hazardous)'한 상태로 외출을 삼가고 실내활동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 임원들은 대기오염으로 인재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중국 사업에서 최대 우려 요인 중 하나라고 토로하고 있다. 앞서 재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해 2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가 대기오염 때문에 최고위급 임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2011년 19%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중국의 부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1일 경제참고보에 따르면 중국 사회과학원의 왕이 과학기술정책 및 관리과학연구소 부소장은 "환경문제를 치유해 아름다운 중국을 만들려면 앞으로 10년간 10조위안(1,790조원)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환경보호부 환경규획원은 보고서에서 2010년 환경오염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손실이 1조1,000억위안(196조원)으로 집계돼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녹색 GDP' 개념을 도입한 2004년의 경제적 손실 5,118억위안보다 2.15배 증가한 것이다. 환경오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손실은 전체 GDP의 3.5%인 1조5,400억위안으로 늘어난다.
또 2010년 환경오염 정화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총 5,589억위안으로 2004년의 2,874억위안보다 9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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