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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58인의 얼굴로 보는 오늘의 현실

■ 얼굴이 말하다 (박영택 지음, 마음산책 펴냄)


'산다는 것은 어떤 얼굴들을 만나는 일이고 그 얼굴 속에 깃든 정신을 흡입하는 일이다.'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이런 생각으로 '얼굴 이미지'에 관심을 가졌고 얼굴을 통해 현대미술이 전하려는 얘기들을 찾아냈다. 그 중 58점의 작품을 추려 이 책을 엮었다. 작가 천경우는 '믿는 것은 보는 것(Believing is Seeing)'이라는 제목으로 한 사내의 모습을 촬영했다.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흐릿한 작품은 사진이라기보다 회화에 가깝다. 이것은 카메라 조리개를 오랜 시간 열어둔 장노출 기법으로 찍혔기 때문에 찰나가 아닌 시간의 흐름, 외양이 아닌 감성의 변화를 담고 있다. 눈을 감고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은 윤곽은 불분명할지언정 오히려 내면의 본색에 가까이 다가선다. 설치작가 서도호의 95년작은 교복입은 학생의 흑백 사진이다. 얼굴이 낯익다. '하이스쿨 유니페이스(Uni-Face)'라는 제목으로 작가가 고등학교 졸업앨범에서 같은 반 친구들의 증명사진을 모두 겹쳐 만든 것이다. 스포츠형 머리에 똑같은 교복, 같은 자세를 취했기에 잔잔한 흔들림 속에 '일반적인 얼굴'이 나오게 됐다. 획일적인 교육제도를 꼬집는다. 이처럼 한 개인의 것이던 '얼굴'은 작가의 손을 거치면 사회적 이미지, 내면의 인상을 형상화하게 된다. 이종구 작가가 그린 아버지는 우리 시대 농부의 초상이며 조각가 권진규가 생을 걸고 인물상을 빚었던 것은 특정인에 대한 연모가 아니라 이상적인 순수의 표정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갖가지 인물 이미지에서 오늘의 현실이 감지된다.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둡고 슬픈 얼굴이 많았다"라며 "오늘날 미술에서 접하는 얼굴 이미지 대부분이 심각하고 그로테스크하며 슬픈 것들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말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작품들 가운데 '나의 얼굴'을 찾게 될 지도 모른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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