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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벤처사장의 창업일기] (6) 회계를 모르면 사업 하지 말라!


“회계를 모르고 어떻게 사업을 한다는 말인가!”

일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은 평소 후배 경영인에게 이렇게 일갈했습니다.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그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 창업자) 회장, 혼다 소이치로(혼다자동차 창업자) 회장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로 꼽힙니다. 그가 지난 1959년 교세라를 창업한 이후 반세기 동안 시작하는 사업마다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회계 경영’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파산 위기에 몰린 일본의 최대 항공사 JAL을 회생시킨 것도 바로 경영의 요체인 회계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경영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바로 회계이기도 합니다. 회계장부와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고 손사래를 치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벤처 기업을 창업한 뒤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분야가 회계입니다. 숫자 감각이 약한 것도 아닌데 유독 회계장부를 정리할 때면 골치가 아픈 것입니다. 이제부터 주변의 전문가들과 경영인들에게 들었던 조언을 바탕으로 초기 기업의 회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스타트업 기장(記帳) 대행 관행... 회계 경험은 全無

회계를 모르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계를 모른 채 사업을 계속 꾸려나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눈을 감고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새내기 사장들은 회계와 세무 문제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났는데도 회계와 세무에 관한 지식을 쌓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초보 벤처 사장은 “회계 공부를 해보려고 했는데 마땅히 교육 받을 곳도 없고 혼자서 독학하기에도 쉽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도 초기에 사업을 시작한 뒤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부터 세금을 신고하고 회사 장부를 기록하는 일이 낯설고 생소했습니다. 지인들과 회계사, 세무사 등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많은 분들은 회계사무실이나 세무법인에 기장(記帳)을 맡기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런데 크게 성공한 선배 경영인은 다른 이들과 입장이 달랐습니다.

“안 대표, 처음부터 기장을 외부에 맡기면 나중에 회계와 세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경영인이 되는 거야. 회계사무실에 영수증만 넘기는 사장들이 많은데 정말 한심한 친구들이지.”

지인 중에 광화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녀석이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벌써 사업을 10년 가까이 했는데 회계 사무소에 영수증만 던져놓고 그쪽에서 알아서 해주는 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회계와 세무에 대해 물어보면 솔직히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제가 지난해 10월 법인을 설립하기 전부터 회계장부 정리는 대표가 직접 챙기겠노라고 결정했던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회계 사무실만 믿었다가 낭패 당하기 십상

스타트업이 창업을 하게 되면 주변의 전문가들의 말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고 찾아볼 생각은 않고 쉽게 정보를 얻으려는 것입니다. 땀 흘리지 않고 얻은 것들은 값어치가 없고, 오래 지속되지도 못합니다. 회계야말로 딱 이러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회계사무실에서 단체로 기장을 대행하면 가격을 할인해 주겠다는 말로 초보 사장을 유혹합니다. ‘회사 기장을 대표가 작성하는 곳이 요즘 어디 있습니까’하면서 외계인 취급합니다. 그런데 묻고 싶습니다. 자기 집안 살림살이를 온전히 남의 손에만 맡기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입니다.



회계 사무실이 윤리적으로 투명한 곳이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곳도 있습니다. 기업 인감과 통장 비밀번호 등과 같이 중요한 정보까지 회계 사무실에서 요청하는 곳도 있는데 절대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기업 회계장부를 회계 사무실이나 외부 세무사 등에게 통째로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부 비윤리적인 회계사들은 기업의 내부 정보나 약점을 빌미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에서는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기업을 신고하는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기 기업의 경우 일부러 탈세를 하는 게 아니라, 무지해서 세금신고를 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맹점을 이용하는 회계 사무실도 있다고 선배 경영인들은 귀띔합니다. 모든 정보를 넘겨주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겁니다.

◇저렴한 비용의 ‘회계관리 프로그램’ 추천

제가 창업한 인사이트컴퍼니의 경우 외부에 기장대행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1달에 2만~3만원 상당의 돈을 지불하고 ‘회계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계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은 종류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1달에 2만~5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손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것은 개인 세무사들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큰 업체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합니다. 하지만 비용 대비 만족도는 높습니다. 현재 D사와 E사의 프로그램이 비교적 고가의 제품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초기에 그런 프로그램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렴한 값의 프로그램도 세금신고는 물론이고 직원들에 대한 원천징수 그리고 재무제표 작성 등 다양한 기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만족도는 높습니다.

처음에는 법인세 신고와 부가가치세 신고, 직원들에 대한 원천징수 등 정말로 복잡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능숙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회계와 세무를 모르고 기업을 운영하게 되면 자신의 기업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회계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적확한 경영상황을 스스로 진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회계에 대한 간단한 상식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회계에서 3가지를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가 그것입니다. 이들이 왜 중요한지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습니다. 손익계산서는 그 기업의 ‘체력’을, 재무상태표는 ‘체격(몸크기)’이며, 현금흐름표는 ‘혈액순환’에 해당한다고 말입니다.

회계에 대한 결론은 한마디로 기업 경영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기업 경영은 돈을 버는 행위입니다. 그런 이유로 회계를 논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수 없는 셈입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겠지만 반드시 경영자 본인이 챙겨야 합니다. 물론 회사가 성장하게 되면 경리 직원과 사내 회계사를 채용해야 합니다. 그래도 경영인 본인이 모르고 시키는 것과 알고 제대로 시키는 것은 천양지차(天壤之差)가 아닐까요. 끝으로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강조하는 회계의 체크 포인트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줄이겠습니다.

“회계를 관리할 때 반드시 이중 체크해야 한다. 혼자서 전부할 수 있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안길수. 벤처사업가. (주)인사이트컴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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