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홈쇼핑 20년-시대별로 변화한 홈쇼핑 히트상품
고객 신뢰 얻어가며 상품 다변화
시대 사회상·관심사 엿볼수 있어
| 2001년 도깨비 방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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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AB슬라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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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해피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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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아이오페 화장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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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휴롬 주스 원액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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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디자이너 의류 맥앤로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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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에 걸쳐 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제품은 상상을 초월한다. 홈쇼핑 초기에는 단순한 생활용품이 주력이었지만 이후 고객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업체 간 상품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자동차·요트·펜션·보석 등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상품이 등장하는 것도 흔한 일이 됐다. '없는 것 빼고 다 판다'는 홈쇼핑의 시대별 히트 상품을 들여다보면 각 시대의 사회상과 관심사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홈쇼핑이 갓 출범한 1990년 중반과 후반에는 5만원 내외의 주방용품이 가장 인기였다.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없다는 홈쇼핑의 특징도 있었지만 1990년대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소비자의 씀씀이가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이 시기에는 녹즙기·믹서기·도깨비방망이 등의 요리도구가 사랑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고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라는 게 인기의 비결이었다.
2000년을 전후로 해서는 청소용품과 생활용품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실용적으로 옷을 수납할 수 있는 이동식 옷걸이나 다기능 빨래건조대 등이 많이 팔렸고 교환식 물걸레, 창틀 먼지털이개 등 아이디어 상품도 대거 쏟아졌다. 홈쇼핑업체들의 고객 확보전이 달아오르면서 사은품 경쟁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2005년에는 인터넷쇼핑몰의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홈쇼핑업체들이 상품군 다변화에 나섰다. 속옷·식품·여행·가전 등으로 판매 상품을 확대하고 방송시간대에 따라 상품군을 다르게 배치하는 전략이 보편화됐다. 홈쇼핑을 통해 소개된 김치냉장고는 2000년대 중반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주요 시청자였던 40~50대 주부를 겨냥해 홈쇼핑업계가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보험 상품이 홈쇼핑에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웰빙 열풍을 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 연예인들을 내세운 보험 상품은 홈쇼핑업계의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여가와 취미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해외여행 상품도 히트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2005년 이후부터는 미용용품이 홈쇼핑의 주력 상품으로 부상했다. 단독 상품을 확보하려는 홈쇼핑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선보이는 전략이 확산됐다. 홈쇼핑 출범 10주년을 넘기면서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이유다. 경제력을 갖춘 주부들이 늘어나고 남성이 홈쇼핑의 새로운 고객으로 유입되면서 고객층이 다양화된 것도 변화 중 하나다. 이 무렵 출시된 '댕기머리' '블로우매직' '달팽이크림' 등은 매회 방송마다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0년에 들어서는 패션 상품이 홈쇼핑 시장의 최대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CJ오쇼핑과 GS홈쇼핑이 열어젖힌 '홈쇼핑 패션'은 백화점을 위협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객의 단순 변심으로 되돌아온 상품까지 무료로 환불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이 호평받으면서 홈쇼핑 패션은 백화점의 입지를 넘볼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홈쇼핑이 고객의 신뢰를 얻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을 최우선 순위에 뒀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볼거리와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도 히트 상품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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