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고 올해 물가상승률을 종전 3.2%에서 4.1%로 크게 올려 잡았다. 당초보다 무려 0.9%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최악의 경우 4.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범위 최상단인 4%마저 넘어서는 수치다. KDI는 물가상승 압력을 잡기 위한 통화정책 방향으로 현재의 기준금리를 최소 4% 이상으로 올려 금리 정상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4.2%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전망치는 정부가 올해 목표로 내건 '5% 내외' 성장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으로 사실상 정부에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상승률 최악 4.5%=KDI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중립적으로 본 4.1%의 경우에도 한은의 물가관리 마지노선인 4.0% 보다 높고 정부 목표치인 3%보다 1.1%포인트가량 높다. 최악의 경우에는 4.5%까지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며 물가 상승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4.1%를 시작으로 2월 4.5%, 3월 4.7%, 4월 4.2%로 네 달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도 물가를 잡을 만한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KDI가 물가상승세의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초 높은 물가상승률은 농축수산물과 석유ㆍ원자재 등 공급 측 요인에서 비롯됐다면 이제는 총수요 압력이 높아져 집세와 개인서비스 물가까지 높아지는 '수요견인형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총수요 압력 확대가 개인서비스 가격 자체를 올리는 부정적 영향 외에도 단위노동비용(임금/생산성) 상승, 즉 임금 상승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개인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KDI는 정부가 올해 성장보다 물가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성장률 등 경제 여건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재의 기준금리(연 3.0%)를 물가상승 기대감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DI는 적정 기준금리 수준으로 '4% 이상'을 제시했다. 신석하 KDI 연구위원은 "기준금리는 위기 이후 네 차례 인상됐지만 여전히 낮아 통상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보이던 명목성장률과 크게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률 4.2%로 잠재성장률 수준=KDI가 전망한 올해 성장률 4.2%는 KDI가 자체 추산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KDI는 근거로 올해 수출이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경제 성장세가 금융위기 이후 빠른 회복세로 정상화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KDI의 한 관계자는 "민간 소비는 고용상황 개선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출은 신흥국이 경제성장세를 유지하고 선진국 경제도 점차 개선됨에 따라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KDI는 그러면서 정부가 거시정책 목표를 성장잠재력을 초과하는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두면 물가안정과 재정건전성에 상당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부가 올해 목표로 내건 5% 성장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것을 권고함 셈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5% 내외다. 이는 KDI의 잠재성장률 추산치인 4.3% 내외와 민간 연구기관의 4% 초ㆍ중반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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