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 나주식씨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주식형펀드에 30만원씩 적립식 형태로 납입해 왔다. 그러던 중 2008년 10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가지수가 1,900대에서 900대로 반토막나면서 적립식 펀드 불입을 중단했다. 반면 나주식씨와 함께 적립식펀드에 가입했던 김인내씨는 좀 더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꾸준히 매월 30만원씩을 불입했다. 2년 뒤 수익률은 누가 더 좋았을까.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발을 뺀 나씨일까. 아니면 참고 기다리며 돈을 납입한 김씨일까. 정답은 김씨다. 나씨의 경우 주가가 바닥을 쳤던 2008년 10월 불입을 중단하면서 투자수익률은 -17.93%에 그쳤다. 반면 2009년 5월까지 불입을 계속한 김씨는 2009년 초 주가가 상승기에 들어가면서 손실폭을 크게 줄여 -7.74%의 수익률을 냈다. 둘 다 모두 원금손실을 보긴 했지만, 수익률에서는 10% 이상의 차이를 본 것이다. 최근 주가 급락과 상승의 지루한 반복이 이어지는 변동장 속에서 변동성에 강한 적립식 펀드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적립식 펀드의 매력은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cost averaging effect)'에 있다.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지수가 낮을 때에는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하고, 반대로 주가 상승기에는 그만큼 덜 사는 방식으로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싸게 대량으로 사놓은 주식이 반등하면 손실폭을 그만큼 줄이는 셈이다. 이 같은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 때문에 2008년 주가 급락 때 불입을 중단했거나 환매에 나선 투자자는 결국 수익률 면에서 큰 손해를 본 것이다. 2008년부터 최근 코스피지수 2,000선이 붕괴된 올 8월까지의 수익률을 적립식과 거치식으로 구분해도 적립식 펀드의 강점이 부각된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적립식펀드의 수익률은 11.33%였지만,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식펀드의 수익률은 -1.85%에 그쳤다. 예컨대 2008년 1월부터 매월 10만원씩을 넣었다면, 원금 430만원에 평가금액이 479만원으로 49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 반면 2008년 1월 거치식으로 한꺼번에 돈을 넣은 투자자는 본전을 깎아먹었다.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은 "주가가 요동치는 때에 투자자가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러나 적립식투자는 시장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하락했다가 회복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변동장에서 좀 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립식펀드가 모든 시장 상황에서 다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같은 변동성 장에서는 적립식펀드만한 정답이 없지만, 주가 상승기에는 거치식이 수익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주가상승이 대세이던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약 4년간 한 펀드에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적립식펀드의 수익률은 66.48%인데 반해 거치식 펀드의 수익률은 무려 134.01%로 수익률 면에서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대로 지수하락기에 투자를 했다면 수익률이 그만큼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거치식 투자는 투자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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