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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재앙] "경제에 활력 주고… 국력의 기초" 이민자 年13만명 달해

3부. 세계 인구대전 현장을 가다<br><5·끝> 호주, 이민으로 이룬 G20<br>IT서 스포츠 부문까지 영입 국가경쟁력 업그레이드 무기로<br>세계 최고 다문화 포용정책 외국인 귀화자도 계속 늘어

이민박람회를 거쳐 세계 각지에서 온 예비 이민자들이 호주 시드니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국제선과 국내선 이 통합 운영되는 시드니공항을 주로 이용해 호주 각지로 흩어져 정착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호주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세계 최대의 유연탄 수출항 뉴캐슬. 이곳에 사는 김재수(42ㆍ가명) 연구원은 올 초 한국을 떠났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촉망 받는 인재였던 그는 호주연방과학원 산하의 에너지연구센터(CSIRO Energy Centre)가 일자리를 제시하자 가족들과 함께 짐을 쌌다. 김 연구원은 "급여로만 따지면 호주 측이 제시한 조건이 한국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고 이민을 평소 생각해본 적도 없어 많이 망설였다"고 떠나기 직전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호주 현지의 담당자가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삶의 질, 교육여건, 다양한 사회보장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면서 이민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마음이 돌아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호주가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여서 현지 사회에 편입하는 제도적 장치가 매우 잘 갖춰져 아이들도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세계 6위의 국토면적을 가진 호주는 한 해 13만명 이상이 세계 각지에서 찾아와 새로 둥지를 틀고 있다. 이민을 통해 신도시 하나가 매년 탄생하는 것. ˆ호주는 '어보리진'으로 불리는 원주민이 수만년간 주인이었다. 그러나 지난 1788년부터 영국인 등의 이주가 시작됐고 이후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지금은 명실상부 주요20개국(G20)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이민으로 나라를 세운 호주는 이제 아예 이민을 국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고용이 줄자 2008 회계연도(2008년 7월~2009년 6월)의 이민쿼터를 예년보다 10%가량 축소하기는 했지만 보건의료 전문가, 엔지니어, 정보기술(IT) 기술자들의 이민 유치에는 여전히 적극적이다. 부족한 노동력을 이민으로 보충하며 경제에 활력을 주는 동시에 전세계 각지의 인재들을 호주인으로 재무장시켜 국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호주의 성공적인 이민정책이 여실이 드러나는 또 다른 분야가 스포츠다. 국민적 인기가 높은 크리켓 국제경기에서 호주 대표팀의 성적은 저조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확 달라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선수들을 영입해 연전연승하고 있는 것. 스포츠에서도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효력을 과시하자 호주 정부는 대놓고 올림픽 최다 메달국 상위 5위권 유지 목표를 제시하며 아프리카 육상선수 등 스포츠 기대주들의 이민을 파격 지원하는 이민법 개정에 나설 정도다. 그렇다면 호주가 이민정책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이유는 경제 활성화나 경쟁력 강화에만 있을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인구 콤플렉스'가 자리했음을 알 수 있다. 호주의 면적은 한반도의 35배에 이르지만 인구는 2,100만명 정도로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행사 머레이에 근무하는 보허티씨는 "이 큰 나라의 인구가 고작 2,000만명을 넘는데 북쪽에 인접한 인도네시아는 10배가 넘는 2억5,000만명"이라며 "언제든 인도네시아에 먹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호주에 있다"고 토로했다. 이희진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호주 정부가 중국의 리오틴토 인수에 제동을 건 것도 급증하는 중국의 투자와 이민을 상당히 의식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 호주 이민자는 지난 20년간 6배 가까이 증가, 현재 31만명(2008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웅남 주시드니 총영사는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도 인구가 갖는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아 인구정책에 국력을 집중해온 것" 이라며 "인구가 국가경쟁력과 국력의 기초 중 기초임을 호주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호주와 비교하면 한국의 외국인 유치정책은 명함조차 내밀기가 민망하다. 주호주 한국대사관 조사에 따르면 호주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 학생만도 2만1,500명(2007년 말 기준)에 달하는 반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호주 학생은 초등학생까지 통틀어도 100여명이 채 되지 않는다. 호주 정부는 자국 내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을 대상으로 6개월 내에 일자리를 얻도록 지원해 영구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호주와 한국 간의 이민ㆍ유학생 수를 비교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외국인이 살기 쉽지 않은 나라인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호주는 이제 40여년의 다문화 정책을 통해 명실상부 이 분야에서 성공한 선진국으로 자리했다. 농촌을 중심으로 외국인 귀화자가 증가하는 우리나라에는 분명히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이고 구석구석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보여준다. 크리스틴 잉글리스 시드니대 다문화ㆍ이주연구소 소장은 "소수를 적극 포용하는 다문화정책에 주력한 것이 외국계 청소년들의 정체성 형성에 도움이 됐다"면서 "다만 정책만으로는 차별이나 선입견을 없앨 수 없으므로 사회 구성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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