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금의 임금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오히려 일하고 있는 장년층의 고용불안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금 삭감이라는 이유를 들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는 노동계가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금과 근로시간 등 우리 노동시장이 고용친화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 정년 60세 연장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으나 근로자 전체의 고용안정이라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불리하다"며 "노동계가 큰 이익을 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지 못한다면 결국 전체 일자리 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장관은 "기업의 평균 정년은 58세인데 희망퇴직 등으로 실제 퇴직연령은 53세"라며 "33%는 상용직, 33%는 임시일용직, 나머지 33%는 창업을 하는데 이들의 평균 소득을 내보면 원래 직장의 3분의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평균 10% 정도 임금이 줄어 근로자 입장에서도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달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공청회에서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취업규칙 변경 지침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려 했지만 노동계의 실력저지로 무산됐다. 기업현장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연구하고 있는데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현장과 달리 상급단체(노총)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노정 간 갈등만 극심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장관은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은 새로운 법제도를 만드는 게 아니고 시행과 관련된 내부지침인 만큼 오래 시간을 끄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급적 빨리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르면 6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경영계에 대해 "장기적인 이익, 큰 이익을 위해 경영계도 정년 보장과 하도급 관행 개선 등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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