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4일 현대차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는 정몽구 회장에서 정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현대차그룹 후계작업의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선임은 정 회장을 오랜 시간 보좌해온 핵심 경영진이 최근 잇따라 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맞물려 후계구도 강화를 위한 조직 내 변화가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정 부회장의 이사 선임은 자동차 소재인 철강재의 품질을 높여 현대차의 품질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이사 선임은 완성차의 품질경쟁력 향상을 위해 소재산업인 제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면서 “또 최근 철강시장 경영환경 악화에 따라 현대제철의 경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ㆍ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정 부회장이 그 범위를 현대제철로 확대한 것을 후계구도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제철의 역할과 비중이 커진 만큼 정 부회장의 활동 반경이 제철로 확대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또 이 같은 해석은 최근 그룹 최고경영진의 잇따른 퇴임과 맞물리면서 힘을 얻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그룹 부회장들이 줄줄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조직 내 변화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과 김창희 현대건설 부회장이 나란히 고문으로 위촉됐고 지난달 윤여철 부회장도 개인 신상을 이유로 경영진에서 이탈했다. 최고경영진 재편이 확실히 드러난 대목은 이정대 전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로 이동한 직후 사의를 표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점이다. 이 전 부회장은 현대차 예산을 관장하는 핵심 업무와 함께 정몽구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해온 대표적인 임원이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년 동안 단계적으로 진행된 후계구도 속도가 최근 빨라지는 모습”이라며 “정 부회장은 앞으로 현대건설 등 그룹 내 주요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할 역량을 키우기 위해 더욱 바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이날 성낙일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사 선임안은 오는 3월1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