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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탁구 신화 재현한 `미다스의 손'
입력2004-08-23 05:10:12
수정
2004.08.23 05:10:12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지만 한국 여자탁구가 한단계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기쁩니다. 중국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수확입니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세에 눌려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복식 은메달(이은실-석은미)과 단식 동메달(김경아)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작은 `녹색테이블의 반란'을 이끈 한국 여자대표팀의 이에리사(50) 감독과 현정화(35)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 받은 성적표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여자탁구로선 88년 서울올림픽 때 현정화-양영자조가 복식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거둔 최고의 성적이기 때문.
특히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은 물론이고 `차이나 패밀리' 홍콩과 싱가포르,북한,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열세를 면하지 못했던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일궈낸수확이라 이들 조련사에게 메달이 더욱 값지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한때 `라켓여왕'으로 이름을 날리며 한국탁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 감독과 현코치가 호흡을 맞춘 건 지난 4월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개편되면서.
73년 유고 사라예보 세계선수권 때 정현숙 등과 함께 한국 구기 사상 첫 단체전세계 제패의 위업을 달성했던 이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또 89.91.93년 세계선수권에서 혼합복식과 단체전, 단식을 차례로 제패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현 코치도 육아를 이유로 잠시 대표팀을 떠나 있다가 대한탁구협회의 간곡한 요청에 못이겨 복귀, 이 감독과 코치진으로 손발을 맞췄다.
둘은 공교롭게도 서울올림픽 복식 금메달 획득 당시 감독과 선수 사이였으나 16년 만에 감독-코치로 만나게 된 것.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던 남자팀에 가려 기를 펴지 못했던 여자팀은 이 감독과 현 코치가 찰떡궁합을 이루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표팀 구성을 문제삼은 일부 실업팀의 반발과 선수들의 각종 대회 참가로 6월초순에서야 본격 훈련을 시작했지만 70여일의 짧은 기간 이 감독이 마련한 빡빡한일정에 따라 혹독한 지옥훈련이 이어졌고 선수들도 군말없이 묵묵히 따라줬다.
대회가 임박해서는 계획됐던 US오픈 참가도 마다하고 열흘간 훈련에 시간을 할애했고 아테네행마저 당초 일정보다 5일을 미뤄가며 막바지 훈련에 공을 들였다.
상대 선수들에 대한 집중분석으로 이은실-석은미조와 김경아-김복래조의 협공작전을 치밀하게 준비했고 김-김조가 이-석조의 까다로운 상대로 여겨졌던 징준홍-리쟈웨이(싱가포르)조를 16강에서 잡아줘 결국 이-석조의 은메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 현 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은 김경아도 아쉽지만 대회 사상 처음으로 수비전형 선수가 메달을 따는 주인공이 됐다.
이 감독은 "현 코치가 너무 잘해줬고 선수들도 잘 따라줬기에 오늘의 좋은 성적이 가능했다.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까봐 걱정했는 데 홀가분한 마음으로 국내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코치도 "이 감독님이 대표팀에 들어와 체계적인 훈련과 철저한 준비를 할 수있었다"고 이 감독에게 공을 돌린 뒤 "실력만 갖추면 중국도 꺾을 수 있는 자신감을얻은 만큼 강도높은 훈련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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