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 "박근혜, 대화 채널 활짝 열어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서 거침없는 비판 쏟아내다양한 얘기 안들어… 판단에 문제 생겨文·金문제 터졌을때 내치지 못하더라떠도는 親朴지도부… 이 라인으로는 곤란남경필·김무성 등 과감히 끌어안아야
임세원기자why@sed.co.kr
유승민(54ㆍ사진) 새누리당 의원은 20일“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할 때 한계를 느낀다”면서 “박 위원장이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 판단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새누리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처럼 이명박 정부가 지금보다 더 잘하고 박 위원장이 지금보다 더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ㆍ11 총선에서 3선 의원(대구 동구)이 된 유 의원은 친박계 내에서 쓴소리를 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김형태ㆍ문대성 당선자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는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에 대해 그는 거침없는 비판을 날렸다.
-문대성ㆍ김형태 당선자가 결국 탈당 수순을 밟게 됐는데.
▦두 사람 다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정리하는 게 맞았다. 공천 당시 당의 한 인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묻길래 우리가 과반을 잃더라도 내쳐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못하더라.
-왜 못했다고 생각하는가.
▦박 위원장에게 보고했지만 안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탈당이 늦어지면서 비난만 받았다.
-김형태 당선자에 대해 제수와 돈 문제가 얽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친박계 내부의 반론도 있다.
▦나쁜 제수는 성추행해도 되는 것인가. 친박계가 자기끼리 비호하면 건전하지 못한 세력이 된다. 친이명박계와 다를 게 뭐가 있나. (그는 이때 당내에서 도는 친박계 위주의 지도부 면면을 거론한 뒤 “이 라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남경필ㆍ김무성 의원 등 친박계에서 다소 떨어진 사람을 지도부에 끌어들이지 않으면 정몽준ㆍ이재오 의원이 친박계가 독식한다고 비판해도 반박할 수 없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이 한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은 측근에 휘둘리지 말고 과감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해 판단에 문제가 있다. 박 위원장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김 비대위원은 경제 민주화를 정강 정책에 반영한 뒤 사퇴했는데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 유 의원이 나설 생각이 있는지.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할 얘기가 없다. 나는 4개월 전에 최고위원에서 스스로 물러난 사람이라 전당대회에 나갈 수도 없고 원내대표 선거에 나가거나 정책위의장을 할 생각도 없다. 19대 국회 전반기에 국방위원장을 하면서 국회에 남아 있겠다. 박 위원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도울 기회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쓴소리를 하니 박 위원장도 나를 싫어할 것이다.
-박 위원장과 대화할 때 한계를 느끼나.
▦그렇다.
-친박계 내에 박 위원장에게 쓴소리 하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쓴 소리도 박 위원장을 만나야 한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통화도 어렵다.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다고 했을 때 내가 반대하자 박 위원장이 전화해서 이해해달라고 하더라. 하지만 내가 다음날 의원총회에서 반대했다. (당시 의총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박 위원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당명개정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하던데.
▦그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광고 전문가에게 왜 정치를 통째로 맡기는가.
-조 본부장은 단순한 광고전문가가 아니라 본인이 스펙(학력ㆍ경력) 없는 학생을 대기업에 취업시킨 스토리를 갖고 있던데.
▦원래 박 위원장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조그만 일에 감동받아 가까이 쓴다.
-박 위원장은 어쨌든 이번 총선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었는데 대선까지 이어질까.
▦총선 전 박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이 30%였다면 지금은 40% 정도가 됐다.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로 이어졌던 선례를 참고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보다 더 잘하고 박 위원장이 지금보다 더 현정부와 차별화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공약도 왼쪽(진보적)으로 갈 수 있으면 더 가야 한다. 수도권의 젊은 사람은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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