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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경기부양책의 역설

시카고학파의 거두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합리적 기대이론으로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정부가 제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시장에 개입해도 별다른 정책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합리적 기대이론이다. 국민이나 기업이 정책상황 변화에 맞춰 현명하게 대처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경기부양책을 무력화한 이 이론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풍미하던 케인스 학파의 퇴조를 이끌었다.

△루카스 이론을 뒤집어 보면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먹혀들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바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정부가 돈을 더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편다고 치자. 국민이 어수룩하다면 제 주머니가 두둑해진 것으로 착각해 소비를 늘리고 이것이 경기를 자극하게 된다. 부양책은 성공이다. 하지만 똑똑한 국민이라면 앞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이라고 여겨 지갑을 열기는커녕 되레 은행에 돈을 맡겨버릴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명한 기업은 경기부양책을 물가가 오르고 임금과 이자가 상승할 신호로 본다. 나중에 세금도 더 내야 하니 은행 돈까지 빌려가며 투자에 나설 리 만무하다.

△물론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국민과 기업 모두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바보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양처방이 먹혀들까. 이를 설명하는 게 '루카스 비판(Lucas critique)'이다. 비슷한 정책을 반복하면 국민들이 더 이상 속지 않기 때문에 난생 처음 보는 기발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소 12조원에 이르는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고 한다. 결국 혈세로 메워야 할 돈인데 국민을 바보로 알고 제멋대로 쓰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루카스는 2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주체는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 세금이 오른다 하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일갈했다. 그때는 막연하고 뜬구름 잡는 말 같았지만 지금은 딱 들어맞는다. 135조원의 공약 재원을 조달하느라 지하 밑바닥부터 세금을 빡빡 걷겠다니 하는 말이다. 조만간 경기부양책이 나오면 지갑을 열어야 하나 아니면 은행에 돈을 맡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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