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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추경보다 재정개혁이 우선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


우리 경제는 올해 1·4분기에 전기 대비 0.8% 성장했다. 지난해 4·4분기의 부진을 고려할 때 만족할 정도의 반등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렇다 보니 추경을 통한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추경이 필요할까. 추경 편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경기여건, 경기부양 효과, 예상되는 부정적인 측면 등을 점검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경기상황에서 추경은 정도(正道)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반복 부양 빚더미' 日 타산지석 삼아야

우선 최근 경기 여건을 보면 우리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유가 급락에 따른 연간 40조원 내외의 구매력 개선은 시차를 두고 가계의 민간소비와 기업 수익성을 늘리는 주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 차례의 금리 인하도 기업 투자비용을 낮출 것이다. 이미 건설시장에서는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결국 현 상황은 국가재정법에서 규정하는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경을 편성한다면 경기부양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일 것이다. 지금은 금융위기 때와 같이 경기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경 편성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재정지출 단위당 기대되는 경기부양 효과도 과거에 비해 작을 것이다. 추경 편성으로 민간의 경제활동이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연말정산·세법개정 등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정부의 재정 건전성과 향후 조세부담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추경에 따른 일시적인 경기부양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국민은 많지 않다.

반면 추경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일본의 경험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까지 재정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반복한 결과 불과 몇 년 사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까지 급속하게 확대됐다. 국가채무 비율도 1990년 69%에서 1995년에 95%까지 상승했다. 최근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250% 내외까지 상승했다.



그렇다면 최근의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향후 재정운용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무엇보다 재정이 경제성장의 일정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는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경제가 성숙 단계에 진입한 이상 성장은 민간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대신 정부는 재정을 통해 민간의 경제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는 가운데 안전망을 확충해 사회통합을 제고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 높일 세입세출 혁신 시급

인구구조 고령화에 대응해 총지출에서 경제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대신 사회복지 분야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간다는 재원배분 원칙은 이미 확립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정이 직접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재정의 역할은 국민경제 최후의 안전판이 되는 것이다. 재정이 지속 가능할 것이며 연금 및 건강보험이 차질 없이 운영될 것이라는 경제주체의 믿음은 경기회복의 첫걸음이다.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출과 세입 모두에 대한 개혁이 필수다. 지출 측면에서는 재정 당국이 재원배분의 큰 방향을 결정해 불요불급한 사업의 지출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재정 부담이 가속화될 공적연금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세입 측면에서는 비과세·감면 축소를 바탕으로 과세기반 확대를 꾀하면서 세목별 역할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근로소득자의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 현실과 법인세수 부진을 어떻게 타개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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