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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매일 자금확보 전쟁"

■ 대기업, 中企 어음결제 사상최고<br>8% 할인비용 내가며 울며겨자먹기식 현금 융통<br>현금결제기간 연장 편법까지 기승<br>은행이 대출을 어음전환 요구도<br>부도업체수 2개월만에 2배 급증


디지털 도어록 업체인 B사는 요즘 운영자금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느라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회사가 평소 거래하던 대형 건설사들은 툭하면 결제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는가 하면 만기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는 데 반해 협력사들로부터 현금이 아니면 거래를 끊겠다는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다급하다 보니 8%에 달하는 할인비용까지 은행에 지불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현금을 융통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후 어음결제가 늘어나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말로는 현금성 결제를 늘린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갈수록 어음결제를 확대하고 만기도 늘려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때 필요악으로 거론되며 시중에서 거의 자취를 감출 것 같았던 어음이 경기불황을 틈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때문에 중소업계에서는 관계당국이 보다 감독을 철저히 강화하고 대기업도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상생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납품대금을 어음 대신 현금으로 결제하는 과정에서도 갖은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PCB 업체인 D사의 판매대금 결제비중은 현금과 어음 각각 40%, 신용장 20%로 비교적 양호한 듯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부품을 공급 받는 대기업들이 현금결제 약정기한을 잇따라 15일에서 한 달로 늘리는 바람에 사실상 어음거래 같은 현금결제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K대표는 “대기업 입장에서 어음은 최악의 경우 부도로 이어지지만 현금결제는 이렇다 할 피해가 없다”며 “결제기일만 늘리는 현금결제는 어음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에는 독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일부 은행이 대출을 어음으로 바꿔 중소기업의 목줄을 죄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전자부품 회사인 C사는 얼마 전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0억원의 대출을 연체해오던 중 주거래은행으로부터 대출 가운데 일부를 융통어음으로 바꾸라는 통보를 받았다. 대출은 만기에 갚지 못하면 연체로 잡히지만 어음은 은행이 언제라도 제시하기만 하면 바로 부도가 난다. C사는 주거래은행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대출의 일부를 어음으로 바꾸기는 했지만 언제 은행이 부도를 낼까 두렵기만 하다. 대기업들의 어음발행이 늘어나면서 어음 교환(결제)량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2만여장이던 약속어음 교환량은 9월 45만여장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정부가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강력한 유동성 지원에 나서면서 교환량은 지난해 10월 33만여장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어음결제 비중이 높은 상태다. 자금시장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대기업으로부터 어음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분양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기업, 특히 건설 대기업들은 현금은커녕 어음도 끊어주지 않고 말로만 하도급 대급을 지급하겠다고 버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기업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부도업체 수도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578개이던 부도업체 수는 9월 879개로 늘더니 10월에는 1,133개로 2개월 만에 2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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