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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녀 돌풍' 루이시대 오나

‘루이시대’가 오는 것인가.요즘 한국 바둑계의 화두는 단연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의 돌풍이다. 지난해 승률 1위를 기록하면서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던 불씨가 올들어 무서운 기세로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고 있다. 이미 조훈현 9단의 국수 타이틀은 까만 숯이 됐다. 세계 최강 이창호 9단도 2연속 불계패로 심한 화상을 입었다. 이 9단은 연초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에서 쓴맛을 보고 설욕을 노렸지만 3일 벌어진 KBS창사특별대국에서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요다징크스’에 이어 ‘루이징크스’라는 신조어가 생길 지경이다. 일부 바둑팬은 ‘루이시대의 본격 개막’이라며 흥분하기까지 한다. ‘빅3’와의 상대전적을 보면 그럴만도 하다. 유창혁 9단에게만 아직 1승2패로 뒤졌을 뿐 이창호 9단엔 3승1패, 조훈현 9단엔 2승1패로 앞서 있다. 어느 누가 천하의 이창호, 조훈현 9단을 척척 꺾어 댈 수 있단 말인가. 꼭 ‘1인자 루이시대’가 아니더라도 루이변수는 적게는 ‘신 X인방’체제, 크게는 차세대주자들이 올라올 틈을 제공해 극단적으로 ‘춘추전국시대’를 몰고올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일대 지각변동을 담보할 루이돌풍은 계속될 수 있을까. 루이는 최근 조훈현, 이창호 9단과의 대국에서 보듯 기회를 잡으면 상대의 혼을 뺄 정도로 무섭게 몰아치는 집중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력을 일단 검증 받았다. 여기에다 ‘바둑 중독’이라 이를만한 성실성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기원에 가장 먼저 나와 가장 늦게 문을 나설 정도로 공부에 몰두하는 루이를 보며 바둑계에선 “한국기원은 루이 부부가 지킨다”라는 자조의 목소리를 낼 정도다. 10년 방랑생활의 종착역 한국에서 배수진을 치고 마침내 국수라는 상징적인 고지를 밟은 루이가 더더욱 박차를 가할 것은 뻔하다. ‘바둑외에는 생각하기 싫다’며 아기갖는 것도 잊고 있는 루이다. 하지만 루이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만은 않다. 또 넘어야할 벽도 높다. 먼저 기력의 안정성 문제다. 루이는 올들어 무시무시한 고수들을 줄줄이 꺾었지만 최철한 3단(기성전 예선) 조혜연 2단(흥창배 1국) 등 새파란 신예들에 무너지기도 했다. 기량차가 뚜렷한 상대에게 지는건 이창호, 조훈현 9단 등 정상급 기사에겐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루이가 전투력 하나만큼은 ‘펜티엄급’을 자랑하는 반면 전체적인 균형이 부족해 ‘모 아니면 도’식의 취약성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하나, 갈수록 ‘수성’의 입장으로 변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그동안 루이는 ‘져도 본전’이란 자세로 맘 편하게 싸웠지만 이제부턴 수많은 도전을 받아내야 하는 타깃이 됐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루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많은 기사들이 이제 집중적인 ‘루이 연구’에 돌입했다. 외국인, 특히 여자라는 일종의 프리미엄을 안고 돌풍을 일으켜온 루이 9단이 앞으로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 【김후영 기자】입력시간 2000/03/11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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