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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동안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생했습니다. 올해는 조금 나아질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했던 양용은(39)의 말은 지난 시즌 부진에 대한 해명이 아니었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양용은이 지난해 잃어 버렸던 샷 감각을 서서히 되찾아 가는 모습이다. 양용은은 7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클래식에서 맹렬한 추격전 끝에 아깝게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우승을 놓친 아쉬움보다는 자신감이 더 묻어났다. 이날 경기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도 아쉽다는 말 대신 “내년에는 혼다클래식에서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감의 밑바탕에는 스윙에 대한 믿음이 있다. 양용은은 2009년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으나 지난해 우승 없이 한 해를 보냈다. 메이저 제패 후 유명세로 살인적인 일정을 보내며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특히 스윙 개조 작업이 한창이었던 터라 스윙 템포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차분히 연습에 땀을 흘린 덕분에 매서운 샷을 휘두르고 있다. 올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피닉스오픈 공동 8위와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 8강에 이어 벌써 3차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21개 대회를 통해 톱10(피닉스오픈 3위)은 단 한 차례에 그치고 5개 대회에서 컷오프 됐던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는 페이스다. 스윙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양용은은 2009년을 전후해 골프매거진 미국 100대 교습가 중 한 명인 브라이언 모그와 함께 약점을 보완했다. 종전의 스트롱그립(훅그립)에서 중립그립으로 바꿨다. 다운스윙 때 하체가 왼쪽으로 밀리던 동작도 고치면서 임팩트 순간 머리가 볼 뒤쪽에 머물 수 있게 돼 거리와 정확도가 높아졌다. 스윙코치 도움 없이 보낸 이번 비시즌 동안에는 몸통 회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난해에는 백스윙 때 상체 회전은 80도 미만에 그치고 손을 너무 많이 들어올렸다는 것. 그 결과로 오버스윙 동작이 나왔고 다운스윙 때는 퍼 올리는 자세가 나타났다. 반면 올해는 상체 회전을 100도 가까이로 늘렸다. 백스윙은 간결해졌고 다운스윙 때 몸에서 떨어졌던 오른쪽 팔꿈치가 옆구리에 붙어 내려와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 당시와 흡사해졌다. 까다로운 PGA 내셔널 골프장 챔피언스코스에서 안정된 샷을 날린 양용은은 오는 10일 역시 악명 높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블루몬스터 TPC에서 개막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캐딜락챔피언십 출격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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