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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의 승부수, 유로존 위기 구할까

■ ECB, 무제한 국채 매입 추진<br>독일 반대 분위기 완화도 강행에 힘 실어줘<br>단기채 매입, 재정투입 논란 피하고 효과 커<br>스페인 등 국제 금융시장 급속 안정 가능성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스페인ㆍ이탈리아 등 경제 위기국의 자금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 3년 이하의 단기 국채 무제한 매입이라는 '승부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배경과 효과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로존 위기 해소되나= ECB 회의에서 '드라기 안'이 받아들여져 공식 발표되면 남유럽 위기국의 국채금리는 급격히 안정세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각각 6.4%와 5.5%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5%대와 4%대로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위기국은 자금 조달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된다. 특히 지방정부가 잇달아 중앙정부에 돈을 달라며 손을 벌리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경제 전체가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총재의 구체적인 계획이 전해지면서 이날 유로화는 강세를 보였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ㆍ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3% 올라 유로당 1.2590달러 선에서 움직였고,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입찰은 최대 조달 목표치 50억유로에 미달하는 39억 3,000만유로만 낙찰됐다. 위기 해법이 보이면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도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기 방안의 강행 배경은=ECB의 최대 지분국인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여전히 ECB의 국채매입에 반대하고 있지만 ECB 규정상 각국 중앙은행의 의견을 준수할 의무가 없는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다. ECB 규정상 각국 중앙은행은 ECB에 자문역할만 할 뿐 정책 결정은 6명의 이사만이 할 수 있다. 분데스방크가 아무리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ECB가 강행을 결정하면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ECB의 지난 국채매입 때도 분데스방크와 독일출신 ECB 이사 위르겐 슈타크는 강력히 반대했지만 ECB는 강행한 바 있다. 당시 슈타크 이사는 국채 매입 강행 결정에 반발, 이사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ECB 국채매입에 대한 독일의 반대 분위기도 누그러지고 있다. 5일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ECB의 국채매입은 아직까지는 확실히 중앙은행 권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독일 정부는 ECB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외르크 아스무센 ECB이사회 독일 출신 집행이사도 ECB의 국채매입을 지지한 바 있다. 분데스방크를 제외하고는 국채매입에 강력 반대하는 세력이 없어진 셈이다. 이런 유화적인 분위기가 이번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왜 3년이하 단기 국채인가=지난해 2월까지 위기국의 10년만기의 장기 국채만 사들인 ECB가 이번에는 3년 이하의 단기 국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위기국에 직접적인 재정 투입을 금지하고 있는 유럽연합(EU)조약 때문이다. EU는 ECB가 특정 위기국의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결국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를 금지하고 있다. 10년 만기의 장기 국채를 사들여온 ECB는 그동안 과도한 시장개입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ECB는 EU조약을 위반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3년 이하의 단기국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3일(현지시간)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출석한 드라기 총재는 "단기 국채 매입은 짧은 기간에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EU 규정을 어기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국채 매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또한 EU조약 논란을 피하게 된 단기 국채매입은 장기물 매입보다 더 큰 규모로 국채시장에 개입해 위기를 단박에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월 중단됐던 ECB의 국채매입은 EU 조약에 신경 쓰느라 비교적 적은 규모인 2,200억유로를 푸는 데 그쳤지만 단기 국채매입은 이와 달리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외에 단기 국채매입은 위기국이 자생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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