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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Mr. 쓴소리' 와 두산

김현수 기자 <산업부>

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회장님이 계신 동대문에는 아직도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와 여름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합니다. 회장님. 그룹 회장으로 오르신 날이 기억 납니다. 오후10시가 넘어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난 회장님은 ‘사우디 왕가식 형제경영의 모범’이라고 당신의 회장직 취임의 의미를 설명하셨습니다. 이후 3일 동안 쏟아낸 회장님의 ‘쓴소리’는 전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스타 그룹 총수의 탄생을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터진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과 분식회계 등은 줄곧 ‘쓴소리’를 받아써왔던 기자에게 배신감으로 몸서리를 치게 했습니다. 결국 자신감 있게 형제경영을 말하던 회장님의 목소리도, ‘자본주의에서 상속은 당연한 것’이라는 호언도 회장님 형제와 기업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뿐입니다.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줘 ‘친절한 회장님’으로 불러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은 그저 쓴웃음만 짓게 합니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박용오 전 회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용기에 박수를 보내야 할지, 아니면 지나친 욕심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구 말이 옳은지 알 수 없을 정도의 폭로전은 최장수 기업의 도덕성을 땅에 떨어뜨렸고 정직과 신뢰라는 기업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거짓말 천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두산의 오너들이라면 생채기로 곪은 상처를 드러내는 일보다 우선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3,000억원 가깝게 부풀려진 매출로 피해를 입은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109년 기업의 주인은 회장님들이 아닙니다. 단 7.5%의 지분을 가지고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을 지배한다고, 그룹회장과 주요직책에 회장님들 형제ㆍ자녀가 앉아 있다고 해도 기업의 완전한 주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강조하시는 시장자본주의의 원칙에 따라 기업이 공개된 이상 기업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셨다면 우선 머리 숙여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너가 사라진다 해도 기업은 지속돼야 하는 게 시장자본주의의 원리가 아닌가 되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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