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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委 안이한 현실인식
입력2002-10-04 00:00:00
수정
2002.10.04 00:00:00
"퇴출규정이 등록심사보다 더 엄격한 게 말이 됩니까. 강제로 퇴출시키는 것보다 인수합병(M&A)이 더 중요합니다." 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코스닥시장의 회생방안에 대해 발언한 내용이다. 물론 코스닥시장의 회생방안에 대해 다양한 처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주주가 회삿돈을 빼 도주하고 영업이 마비돼 수익창출능력이 없는 회사가 많은 상황에서 퇴출보다 M&A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코스닥시장의 위기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는 느낌이 든다. 퇴출보다 M&A가 활성화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정 위원장의 판단은 맞다. 하지만 M&A란 인수합병으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때 단행되는 것이다. 껍데기에 불과한 회사를 누가 인수하려 하겠는가. 이른바 등록기업이라는 명함만 있는 '쓰레기'같은 회사가 존재하는 한 M&A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M&A가 작전 세력들의 불공정매매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 최근 최대주주가 급변하는 종목들이 대부분 이 같은 불공정매매에 연루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철저하고 엄격한 등록심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업은 변한다. 과거 우량기업이 등록 후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등록할 때의 성적표보다 더 나빠지고 심지어 현재 경영상태로는 절대로 등록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진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기업들을 그대로 놔둔 채 투자자들에게 코스닥에 투자하라는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위원회의 안이한 현실인식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부실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부실기업을 과감히 솎아내 부실기업주들이 "설마 퇴출시키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코스닥시장은 현재 주식시장으로서의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일본과 독일의 기술주 시장이 존폐위기에 몰린 것처럼 언제 이 같은 위기가 불어닥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악의 상황에 몰리기 전에 과감한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그래야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떠나가는 투자자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코스닥위원회도 존재해야 하는 의미를 잃게 된다.
이규진<증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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