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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용민 사퇴보다 중요한 것은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를 둘러싼 공방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김 후보가 막말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즉각 "모두 반성하겠습니다. 새로 태어나겠습니다"라며 사과 동영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사퇴 요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지난 5일 '변태ㆍ성도착 발언 김용민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많은 언론과 누리꾼들까지 김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모든 논쟁이 그의 '사퇴'로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후보의 사퇴는 중요하다. 그동안 성적 비하 발언이나 성추문 의혹이 일 때마다 성평등 이슈는 다른 정치적 사안들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도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의 사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파문이 자연스럽게 수그러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인다. 더 이상 성평등이 정치에서 마이너 영역에 머물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에서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김 후보를 둘러싼 공방이 성평등 의식 개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선거 셈법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김 후보를 앞장서서 비판하지만 정작 당내 후보의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새누리당의 본색은 성누리당"이라고 반박하는 데만 급급하다. 이 과정에서 성적 비하 발언과 성추문이 왜 매번 반복되는지, 성평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정치 공방만 있고 정작 알맹이는 빠진 셈이다.



이번 4ㆍ11 총선에서 여야는 모두 정치 쇄신과 변화를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상대의 흠만 부각시켜 이용하는 네거티브 선거는 청산해야 할 구태정치다. 이제 선택해야 할 순간이다. 흠집내기 이외에 아무 의미 없는 공방만 주고받을 것인가, 아니면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제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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