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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In Depth] 글로벌 기업 품은 소도시 공통점은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

■ 작은 도시 큰 기업(모종린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커피와 함께 여가 즐기던 스타벅스의 고향 시애틀

청빈한 실용주의 문화로 이케아 낳은 알름훌트

기업·제품 성공 이끈 독특한 도시 매력 탐구

미국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본사 건물 전경.

미국 포틀랜드의 나이키 본사 일대의 조깅 트랙과 조깅하는 사람을 형상화한 동상. 포틀랜드의 아웃도어 문화가 지금의 나이키를 만들었다.

스위스 브베의 레만호숫가의 찰리 채플린 동상(오른쪽)과 포크 상. 스위스의 실용ㆍ근면ㆍ성실ㆍ 개방성이 지금의 네슬레를 이끌었다. 미국에서 망명한 채플린이 마지막까지 거주한 도시가 브베였다.

스웨덴 알름훌트의 이케아 본사 입구.

스위스 브베의 네슬레 본사.

한국은 수도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 서울에만 전체 인구의 4분의 1, 조금 범위를 넓혀서 수도권엔 2분의 1이 몰려 있을 뿐 아니라 정치ㆍ경제ㆍ문화 등 국가 기능의 모든 것이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다. 역사적으로 중앙집권적이었던 전통시대는 물론이었고 1970년대 이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더 심화됐다.

그동안 이런 집중현상을 국가운영의 약점으로 보고 바꾸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의 수도이전 논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의 건설, 지방에 혁신도시의 분산배치 등이 그런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성과가 크다고 할 수 없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억지스러운 지방이전은 부작용을 더 부른다. 민간기업들을 이전한다는 기업도시 건설사업은 이미 휴업상태다.

왜 이런 걸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지금까지 논의는 서울에 과다하게 집중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제안된 것이다. 즉 서울에 기관ㆍ기업이 몰려있으니 이들을 서울 외 지방으로 흩어놓자는 것이다. 그러면 인구도 따라서 움직일 테니 분산효과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발이 당연히 나왔다. 그동안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잘 운영됐던, 잘 살고 있었던 이들 기관ㆍ기업을 지방으로 밀어내니 역차별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뒤집어서 생각해보자. 만약 처음부터 지방 기업들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창업기업이든 기존 중소기업이든 이들을 육성해 지역 경제를 떠받들게 하고 이들이 실력으로 수도권 기업들을 능가하게 하는 것이다. 기관ㆍ기업의 지방이전에 따른 균형발전이 아니라 지방 기관ㆍ기업의 성장을 통한 발전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국가기관을 한나라의 수도가 아닌 지방에서 처음부터 만드는 것은 어렵다. 상식적으로도 정부부처나 핵심 기관들은 수도로서 역할하는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면 기업은 어떤가. 대기업이 지방에 있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대전에서 성장한 어떤 IT기업이 국내 최대ㆍ최고가 됐다고 했을 때 이는 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방이 자체적으로 자신의 위치에 맞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모종린의 '작은 도시 큰 기업'은 어떤 작은 도시가 그 도시에서 성장한 큰 기업으로 인해 대도시를 능가하는 성공을 거둔 이야기다. 저자는 영국ㆍ프랑스ㆍ스위스ㆍ스웨덴 등 유럽의 4개국과 미국, 일본, 호주를 선택해 각 나라의 작은 도시를 찾아갔다. 그리고 스타벅스, 나이키, 구글, 이케아 등 세계적 기업들이 왜 작은 도시를 선택해 창업했는지, 그리고 '큰 기업'이 된 이후에도 원래의 작은 도시를 떠나지 않는지를 탐구했다. 과연 대도시를 능가하는 작은 도시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책에 따르면 이런 '큰 기업'을 품은 작은 도시는 대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도시 문화, 즉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 작은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대도시 문화에 목을 매지 않았다. 오히려 대도시와 차별화된 그들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는 큰 기업이 있는 10개의 작은 도시에서 차별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발견했다. 그는 각 도시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기업의 경쟁력을 탄탄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작은 도시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세계적 기업들은 모두 지역 라이프 스타일을 활용한 기업 문화와 제품으로 성공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스타벅스를 키운 미국 시애틀이다. 저자는 미국에서도 북서부 끝인 시애틀에서 스타벅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커피와 여가문화, 혁신 생태계, 인디 음악, 역사 정체성 등에서 찾는다. '비의 도시'라 불리는 시애틀에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또 에디바우어ㆍ보잉 등 다양한 기업이 거쳐 간 시애틀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혁신문화가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나 록그룹 너바나가 시애틀 출신인 데서 보이듯 시내 곳곳에서 문화적 독립정신을 읽을 수 있다.

이런 환경 아래 성장한 스타벅스는 오늘도 '성공한 도시인' 이미지를 팔며 승승장구 중이다. 또 책은 나이키 운동화를 만들어낸 미국 포틀랜드의 아웃도어 문화, 청빈한 실용주의로 이케아를 탄생시킨 스웨덴 알름훌트, 근면ㆍ성실ㆍ개방성이 네슬레를 세계적 식품회사로 이끈 스위스 브베, 세라믹ㆍ전자기기 제조업체인 교세라의 본거지 일본 교토 등을 다룬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작은 도시도 큰 기업을 배출하는 성공한 도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대도시의 인구 과밀화 문제의 해결책이 보이고 국가경쟁력이 올라간다고 봤다. 우리나라 지역불균형의 근본원인이 인프라나 자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작은 도시의 성공조건을 4가지로 꼽아 'E-LOG'로 명명했다. 'E-LOG'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으로 매력적인 도시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을 구축하고 개방적(Openness)이며 세계화(Globalization)에 적극적인 도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한 작은 도시들은 대부분 4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저자는 'E-L0G'의 핵심 사업이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개발이라고 말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역 지도자와 주민의 기업가 정신에 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한다. "대한민국 미래의 이상은 큰 기업을 배출하는 도시가 많은 나라다. 창업도시의 전제조건은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로, 다양하고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도시가 늘어나면 이들 도시의 경쟁이 다수의 창업도시를 만들 것으로 확신한다." 값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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