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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한 EU상의 과세 시빗거리 아니다

국세청이 주한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에 세무조사를 실시해 세금과 벌과금을 부과했다. 주한 외국 상공회의소로서는 처음 당하는 이례적인 일이다. EU상의는 총 45억 원을 내기 위해 내년 회비를 앞당겨 걷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다.

지난 1986년 설립된 주한 EU상의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잡지를 발행하면서 광고비를 받는 등 수익사업을 벌이면서도 세금 신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당국이 파악해 조사를 벌였고 부가가치세 등을 과세했다. 오랜 기간에 걸친 누적 탈루세금에 미납 가산금 및 벌과금까지 더해져 부과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EU상의는 이에 대해 외국 기업들의 투자위축 운운하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모양이다. 문제를 삼지도 않다가 느닷없이 세무조사를 하고 과세하는 데 어떤 저의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까지 하는 눈치라고 한다. 외국 상공회의소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그러나 EU상의가 인정해야 할 것은 세무당국의 이번 조치가 합법적 테두리에서 이뤄진 적합한 과세라는 사실이다. 세법에는 비영리법인이라도 수익사업을 할 경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실제로 병원과 학원ㆍ종교단체 같은 비영리법인도 카페와 식당 운영과 같은 수익사업에 대해 예외없이 과세하고 있다. 세무조사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EU상의가 의도적으로 탈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내 세법에 밝지 못한데다 유사한 전례가 없어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관행적으로 세무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의 조세행정도 글로벌화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오히려 만시지탄이다. 외국 상의라고 해서 치외법권 지역으로 방치하는 것은 글로벌 조세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해왔던 사업이라 해서 불문에 부치고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EU 기업을 때리기 위한 표적조사라는 일부 유럽 언론의 황당한 보도가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외국 언론을 통한 외교적 압박으로 오해 받기 십상이다.

EU상의는 과세 불복 자세를 버리고 잘못된 회계관행을 바로잡아 한국에서 떳떳하게 활동하며 동시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세청도 앞으로 비영리 외국 단체와 기관 등에 대한 세원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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