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한해 2,000조원에 이르는 주식거래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증권사들과 한국거래소 간의 경쟁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국내 증권사들이 ATS 시장 진출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ATS 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온라인 주식거래 중개를 주업으로 하는 키움증권으로 현재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키움증권은 ATS 관련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다른 증권사와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전략기획부와 글로벌사업부 등을 중심으로 올 초부터 ATS 도입에 대한 대비에 나선 데 이어 현재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삼성증권과 대우증권도 ATS 시장 진출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ATS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은 ATS가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주식중개(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수수료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만일 정부 구상대로 내년 하반기에 ATS가 도입될 경우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ATS는 거래 속도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기존에 한국거래소가 독점하고 있는 주식거래시장을 잠식할 여지가 많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ATS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과 유럽의 경우 전체 주식거래량 가운데 각각 42%와 30% 정도가 ATS를 통해 매매되고 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대금이 1,881조원이었고, 올해의 경우 지난 22일까지 이미 1,070조원을 기록해 연간 2,0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ATS가 국내에서 정착될 경우 한해 약 600조~800조원 가량이 ATS를 통해 거래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거래수수료 수익이 3,256억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중 1,000억원 이상은 앞으로 ATS를 설립하는 증권사들의 몫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해외의 경우도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대형증권사들은 모두 주요 수익원으로 ATS를 운영하고 있다”며 “ATS의 경우 기존 거래소와 달리 오로지 매매시스템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저렴하고 매매 체결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ATS 도입으로 시장 잠식 위기에 몰린 한국거래소는 경쟁대량매매제도를 손질하고 가격 체결방식을 단일가 매매로 바꾸는 등 시스템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거래소는 경쟁대량매매의 호가유무를 장 전에도 공개하고, 가격체결방식을 연속매매방식에서 단일가매매로 바꾸는 방안을 올 하반기에 시행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제도 아래에선 투자자들이 장 전 호가유무를 알 수 없는데다가 상대 호가가 나올 때까지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대량매매가 유명무실해졌다”며 “ATS 도입 전에 기존 제도부터 손 봐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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