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민 통합과 사회 문화의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공자의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었다. 내부 통합에서 더 나아가 인류의 정신적 가치와 세계 문화의 종주국이 되고자 하는 논리를 공자로 대표되는 유교에서 찾았다. 그 동안 중국의 위상은 놀랄 만큼 빠르게 변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할까? 세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얼마나 커질까? 내부에 산적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중국의 약진이 우리에겐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문제들은 그래서 궁금한 주제다.
하지만 책은, 오늘날 중국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이런 질문에 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살아 있는 중국의 현대사라 할 만한 아흔 중반의 남회근 선생이 현재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중국의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미래를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 줄 뿐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넘어서기도 한다. 눈앞의 문제는 깊은 문화적 지혜의 힘을 빌려올 때에만 비로소 답을 얻을 수 있다.
'중국문화 만담'은 남회근 저작선 네 번째 권으로, 중국에 국학 열풍이 일던 2007년 하반기에 이루어진 강의를 묶은 것이다. 이 강의는, 선생이 2006년 대륙에 정착해 교육 사업을 위해 만든 태호대학당에서 열렸다. 청중은 기업가, 국학자, 금융인, 대학교수, 언론인 등과 북경대 및 인민대 학생들이었다.
남회근 저작은 모두 강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때까지는 주로 유교ㆍ 불교ㆍ 도교의 고전 재해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중국문화 만담'은 이 궤도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기업, 금융, 국학 등이 직면한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계의 요청 때문이다.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두고 역자 신원봉은 그 의의를 이렇게 말한다.
"세 차례 강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남 선생이 중국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핵심이라 생각한 것은 기업과 금융 그리고 국학이다. 기업과 금융이 현대 사회를 끌어가는 물적 기반이라면 그것을 기존의 문화와 연계시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정신적 기반인 국학이라는 관점이다. 이렇게 본다면 남 선생의 관점은 비단 중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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