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파워' 꿈꾸는 중국] 균형성장 추구 외형성장보다 내실화 '속도조절'…先富論탈피 '인본주의적 성장' 전환 "中國이 최고" '팍스 시니카' 서곡 울려퍼진다 지난 해 12월3일부터 5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는 2005년도 경제운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렸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별다른 이견없이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6가지 중점경제운영방안을 확정했다. 개혁ㆍ개방후 줄곧 추진해 온 외형위주의 성장, 특정지역우선발전의 불균형 성장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지역과 계층간의 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 골자다. 물론 이날 나온 방안은 누구나 다 예상했던 내용이었다. 이 방안은 지난해 3월14일 폐막된 제10기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이미 밑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체제 출범 1주년을 맞아 열린 당시 전인대에서는 중국의 국정운영틀을 대폭 수정했다. 그 핵심은 ‘공동부유론’이다. 외형위주의 성장에서 탈피해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중국의 새로운 정책목표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정책은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당시 주창했던 ‘선부론(先富論ㆍ먼저 부자가 되자)’과 경제성장이 최우선이라는 ‘경제성장 제일주의’에서 탈피해 인간과 환경을 보다 고려한 ‘인본주의적 균형성장’으로 경제정책의 틀 자체를 바꾼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중국이 이 같은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새롭게 내놓은 이론은 ‘과학적 발전관’이다. 후진타오 주석의 경제인식을 담은 과학적 발전관은 20년간의 개혁ㆍ개방과정에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산업화를 이룩했지만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 높은 실업률, 사회ㆍ경제적 모순 등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후 주석은 이 이론에 입각해 경제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의 변혁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ㆍ사회의 균형적인 발전 ▦인민의 생활수준과 문화건강을 증진시키는 인본주의의 도입 ▦사회서비스 기능을 강화한 정부의 직능체제의 변화 ▦사유재산의 보호를 골자로 한 법률체제의 정비 등을 중점추진과제로 정하고 채찍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정책 수정은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중장기 비전에도 잘 담겨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종합국력 세계3위’에 오른다는 의욕적인 청사진을 내놓고 모든 계층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 비전이 주목되는 것은 단순히 경제규모만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양적ㆍ저효율 개발정책에서 벗어나 질적 균형발전을 추구, 미국 일본에 필적하는 대국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는데 있다. 중국과학원 지속발전전략연구팀이 지난해 내놓은 ‘2004년 중국지속발전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중국의 국민총생산(GDP)은 36조위앤(약 5,040조원)에 달한다. 도시화율은 현재의 36%에서 55%로 높여 도시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7억~7억5,000만명의 인구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도시를 기능과 규모에 따라 대ㆍ중ㆍ소로 나누고 베이징, 상하이 등 3대 도시축과 7대 연안도시벨트를 개발하기로 했다. 또 생태환경을 보존해 가면서 지속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중국의 정보화수준을 2020년까지 세계 15위권에 올려놓고, 도시의 영향력이 전국토의 60%에 미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평균수명도 76세로 끌어 올리고, 1인당 평균 교육기간은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엥겔계수는 0.35이하로 낮추고, 소득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음)도 0.35~0.4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연구보고서 총괄책임자인 뉴원위앤 박사는 “중국이 추구하는 성장은 양적성장이 아닌 경제ㆍ사회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된 질적인 성장”이라며 “이를 위해 인구, 식량, 에너지, 자원, 생태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선순환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국의 중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에게 이런 목표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동안 이룩한 경제의 고속성장이 받치고 있다. 오로지 성장이라는 목표만 두고 앞만 보고 달려 오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그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인식한 것甄? 판강 베이징대 교수는 “성장일변도의 경제정책으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며 “중국 정부가 내놓은 질적ㆍ균형발전전략은 시기적절한 대응이자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질적성장추구에 대한 중국 정부의 노력과 ‘2020년 세계3위’의 비전은 단지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있다.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에 의한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모든 구조를 바꾸고 있다. 사유재산보호와 인권보장 등을 헌법에 명시하는 등 제도적으로 발전기반을 만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중국 국민들의 최고 관심사이면서 불만 사항인 고위 간부를 포함해 당과 정부의 부정부패척결에 칼을 빼든 것도 시스템에 의한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정치지도자들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리밍싱(李明星) 중국기업가협회 국제부장은 “중국은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법과 제도적인 분야에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견인하는 동인(動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변화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중국인들에게 양적성장은 물론 질적ㆍ균형발전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런 자신감은 중국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가고 있는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로 승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중국 국민들은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양호한데도 불구하고 경제운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선 정치지도자들을 크게 신뢰하고 있다”면서 “이런 믿음은 정치지도자들이 내놓은 과학적인 발전관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변화는 일관성없는 정책, 상처난 리더십, 각계 각층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우리의 모습과는 정반대라는 점에서 세계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도전이 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잘사는 질적ㆍ균형 발전을 모색하고, 성장의 속도조절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꾸는 등 두 마리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베이징=고진갑 특파원 go@sed.co.kr 입력시간 : 2005-01-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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