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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깊어지는데… 정부는 원론 타령만

朴 재정, 전략위원회서 "급할수록 돌아가야…" 중장기대책 발언 되풀이<br>비현실적 대응방안 대신 순발력 있는 처방 내놔야

"요즘 정부가 내놓는 경기대응책은 전염병 감염 초기 증상 환자에게 '약이 따로 없으니 운동 열심히 해서 몸짱 되라'고 하는 것 같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사석에서 던진 촌평이다. 지난 상반기에 정부가 낙관했던 각종 경제지표가 하반기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지만 정책 당국자들은 지나치게 원론적 대응만을 부르짖는 데 대한 답답함을 꼬집은 발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중장기 전략위원회를 주재하면서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며 정부 경제정책이 단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단기적인 수요 진작을 넘어 긴 안목으로 근본적인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경제체질 강화론을 강조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교과서적으로는 흠잡을 곳 없다. 그러나 당장 급랭하는 경기 흐름 속에서 순발력 있는 정부 대응을 기대하는 기업과 가계의 현실적 기대에는 미치지 못 한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여권에서 정책을 기획하는 한 실무자는 "곧 있으면 대선 이후 임기를 마치는 정부가 중장기 정책 운운하는 게 얼마나 비현실적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정치권에서는 여권이든, 야권이든 대선에서 승리한 대선주자는 임기 직후부터 경기 침체로 상당히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걱정이 팽배하다"며 "현 정부가 경기대응에 실기한 뒷감당을 모두 뒤집어쓸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도 "계주를 할 때 직전 주자가 바통터치 직전에 속도를 줄이면 다음 주자도 속도가 떨어져 경기에서 지게 된다"며 "지금 정부가 임기 말에 경기대응을 실기해 실물경기가 더 식으면 다음 정부의 경제 정책 카드는 더 적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근래에 들어 재정부는 당초 낙관했던 올해 경기 흐름전망을 수정하기는 했다. 상반기 부진했던 경제 상황이 하반기 들어서 개선될 것이라던 '상저하고' 전망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수정 전망에서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장밋빛으로 낙관해 국회에서 질타를 받고 말았다. 결국 박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처럼 경제정책의 수장의 발언이나 당국의 경기대응이 매번 체감 경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실기하다 보니 시장의 불신과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거시경제의 쌍두마차인 재정부와 한국은행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미 한은은 그동안 여러 차례 금리 정책을 실기해 물가도 못 잡고 경기회복을 위한 금융통화정책 운용의 카드도 많지 않다는 비판을 사왔다. 이런 마당에 재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균형재정론에 몰입해 공공연히 재정적 역할을 스스로 축소함으로써 시장으로 하여금 정부에 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게 산업계의 지적이다. 정부가 스스로 운신 폭을 줄인 상황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경기 전망을 내놓아도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정책 당국자들이 중장기 대책뿐 아니라 단기 대응에 있어서도 보다 유연하고 순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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