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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에 찾은 충북 증평산업단지의 한 태양전지 생산공장. 한창 바쁘게 돌아가야 할 시간이지만 생산동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인적마저 끊겨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회사는 주문이 없어 반년째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한 채 일부 테스트 장비만 시험 가동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 관련업체들이 대거 몰려들었던 증평단지에는 정부의 발전차액지원 용량기준 축소조치로 곳곳에서 가동을 줄이거나 증설계획을 보류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정보기술(IT) 업체는 이곳에 3만3,000㎡의 부지를 확보하고도 기반공사만 마친 채 다음달 착공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일단 생산용량을 50㎿로 줄여 내년에 착공하기로 계획을 바꿨다”며 “정부의 잦은 정책변경이 녹색기업에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녹색강국을 목표로 향후 5년간에 걸쳐 107조원의 예산을 쏟아 붓겠다고 선언했지만 산업현장에서 녹색산업에 대한 명확한 기술표준이나 기준ㆍ인증제도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거나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관련기업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큰 그림 그리기에만 치중하는 바람에 구체적인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 진출 등을 가로막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LED조명업체의 경우 KS 인증기준이 지연되는 바람에 관련제품이 일러야 오는 10월에나 나올 수 있어 당초 기대했던 공공기관 납품특수가 ‘그림의 떡’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백열등 전구를 LED로 전면 교체한다고 발표했지만 일선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은 정작 구매할 제품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또 형광등 대체형 조명기기의 경우 KS 제정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업체들이 혼란에 빠졌으며 KS 기준이 10여 가지로 분산되는 바람에 제품 시험료만도 모델당 200만원을 웃도는 등 중소업체들의 비용부담마저 가중시키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각된 스마트그리드나 스마트 계량기 등도 아직까지 기술표준안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부처별로 보급 대상이 엇갈려 업체들이 미국의 사례를 참조해 기술개발을 진행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녹색표준화사업을 위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약 2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나 한정된 예산을 감안할 때 실제 집행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칫하면 한국이 녹색신기술 표준화를 둘러싼 특허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며 국내외 공조를 통해 표준화작업을 서두르고 전문가를 집중 양성해 글로벌 표준화를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실장은 “정부가 녹색성장을 추진하면서 표준 모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데다 에너지 효율이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정부나 유럽이 추구하는 청정에너지 체제를 구축하려면 적극적인 투자확대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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