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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일야방성대곡/이현우 사회부 차장(기자의 눈)
입력1997-11-28 00:00:00
수정
1997.11.28 00:00:00
이현우 기자
『연로하신 부모님께 사이판으로 효도관광 한번 시켜드렸고 어쩌다 주말에 가족과 외식 한두번 한 것밖에 없는데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해외출장길에 남은 달러와 동전 몇개를 YWCA에 갖다주고 왔다.』송년회 점심자리에서 만난 한 회사원 친구는 『정말로 국민노릇 하기 힘들다』고 푸념을 했다. 그는 『그래도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개건운동에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들은 지금의 「국가부도」사태를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고 경제재건운동에 나서고 있다. 몇푼 안되는 외국 동전을 내놓는가 하면 과소비를 자제하자는 운동이 가정·직장·거리에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고 경제회생의 믿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1세기전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의 재판을 보면서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참을 수가 없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왔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온 국민들이 도대체 무슨 잘못이 그렇게 크단 말인가. 그동안 국정을 끌어온 정부·정치권의 높은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별걱정 없다고 사태를 호도했던 정부관료들은 국민들에게 사과 한번 한적 없다. 엊그제까지 만해도 여당이었던 정당은 『대통령이 탈당해 떠났는데 우리가 왜 여당이냐』며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야당도 국난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고 대안을 모색하는 대신 『책임을 지라』며 상대방만 몰아치고 있다.
「대마불사」의 잘못된 신화만 믿고 차입경영, 무분별한 확장경영에 치중했던 재벌그룹들은 근로자의 대량해고와 임금동결을 전가의 보도인양 다시 들고 나왔다. 총수들부터 급료를 반납하고 장롱에 묻어둔 돈이 있으면 회사에 쏟아붓는 각오를 먼저 보여야 할 것 아닌가.
장지연 선생이 지하에서 「시일야방성대곡」(오늘 목 놓아 크게 우노라)을 다시 쓰면서 통곡하고 있을지 모를 국치의 세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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