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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컴퓨터

역사적으로 컴퓨터는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수치계산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고 일컫는 에니악(ENIAC)은 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4년에 미사일탄도 계산을 위하여 개발된 것이다.곧이어, 컴퓨터는 대용량 저장장치와 결합되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 활용되었으며, 80년대 후반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21세기 정보화시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렇듯 반세기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컴퓨터관련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공상과학 소설들은 한결같이 뛰어난 지능으로 인간에게 도전하거나 심지어 인간을 파멸시키는 미래의 컴퓨터 상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원조는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의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컴퓨터가 탄생하기 전인 1937년에 모든 컴퓨터의 이론적 근거인 튜링머신개념을 발표하면서, 가까운 장래에 컴퓨터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똑같이 할 수 있거나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에 더하여 튜링은 컴퓨터가 인간과 마찬가지의 지능을 가졌다고 인정할 수 있는 기준, 즉 튜링 테스트를 창안하였다. 이 테스트는 인간이 컴퓨터와 대화를 하여, 대화상대를 인간으로 오인하면 이 컴퓨터는 지능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가까운 장래에, 또는 먼 훗날이라도 이러한 테스트를 통과할 컴퓨터가 나올 것인가? 만약 나온다면, 다시 말해 인간과 똑같은 수준으로 대화하고 사고하는 컴퓨터가 나온다면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향유해야 할 것인가? 첫번째 질문에 대하여 긍정하는 사람들은 인간이라는 것 자체, 더 정확히는 인간의 뇌가 하나의 생체컴퓨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실리콘 또는 더 발전된 소재로 만들어진 컴퓨터가, 본질적으로 하나의 물질에 불과한 인간에 필적한 지능을 갖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그런 수준의 컴퓨터, 즉 인간의 지적수준과 같은 컴퓨터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들의 주장은 비록 컴퓨터가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화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컴퓨터는 근본적으로 의식이 없기 때문에 인간과 같은 수준의 사유, 즉 인간과 마찬가지로 느끼고 사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컴퓨터가 본질적으로 인간의 편의를 위한 도구이며 또 이러한 역할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 보다 인간과 가까운,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이 두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安恭爀 현대투신증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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