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과 증권사로 구성된 복합점포에 보험사 입점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복합점포가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금융백화점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종신·중대질병(CI) 등 보장성보험 판매가 가능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안팎으로 금융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사 밥그릇보다는 소비자의 편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이번 조치가 은행·보험·증권의 업권 칸막이를 없애 금융사 간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0일 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복합점포에 보험사를 입점시키기로 하고 보험사에 이어 보험대리점을 대상으로 여론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신중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수장이 신제윤에서 임 위원장으로 바뀌면서 당국 스탠스는 '적극 추진'으로 선회했다. 임 위원장이 최근 "금융수요자 편에서 보험사 입점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현장점검반 건의사항 회신 결과'를 통해 이해관계자 간 대립을 반영해 '추가 검토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임 위원장의 뜻대로 보험사 입점이 이른 시일 내 허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빨리 의견청취를 마무리하고 보험사 입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펀드와 은행 상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혀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최종적으로 보험사 입점이 결정되면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개정해 곧바로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오는 7월 정도를 시행시기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복합점포 내 입점 보험사의 모든 상품 판매가 허용된다. 저축성보험, 연금, 일부 건강보험 등 이미 은행에서 팔고 있는 보험을 비롯해 보장성보험 가입도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은행에 위탁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25%룰(특정 보험사의 상품 판매 비중을 전체의 25%로 묶은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보험이 취약한 KB·하나·농협 등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환영하는 반면 삼성생명 등 전 업계 보험사들은 설계사 수입 타격 등을 이유로 반발하는 상황이다.
현재 복합점포는 하나은행(40개, 3월 말 기준), 신한(25개), 국민(10개), 농협(2개) 등으로 아직 많지 않지만 보험사 입점 허용과 은행 지점 구조조정 등을 계기로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이번 조치가 확정될 경우 보험사 간 경쟁은 물론 프라이빗뱅킹(PB) 등 자산관리 시장을 놓고 금융사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