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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데스크 칼럼/7월 10일] 보수의 재탄생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보수다. 하지만 개혁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나를 진보로 보는 경향도 있더라.” 지난 2006년 1월24일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한 인터넷 포털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본인의 이념적 좌표에 대해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보수’라고 선을 그었다. 그랬던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실용적 중도론을 펼치고 있다. 자신과 여당의 지지율 추락에 대한 대응인 듯하다. MB 재산환원 결단 도드라져
그의 그런 행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추락한 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보수진영에서는 대통령의 훼절이라고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사회를 진보와 보수, 두 진영으로 양분하는 시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더 있었다. 2005년 5월13일 이화여대에서 가진 특강에서 그는 “우리 사회를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것은 잘못됐다”며 “21세기를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닌게아니라 이 대통령의 행보를 살펴 보면 그의 이념적 좌표가 단순히 오른쪽에 위치했다고 단정짓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그는 보수적이라고는 보기 힘든 경제정책을 선택한 적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임기 초기 서민가계에 영향이 큰 52개 품목의 물가 관리도 그 중 하나다. 당시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 업계에서는 ‘고환율정책으로 수입원가를 올려놓고서 기업 활동에 개입해 물가를 통제하려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었다. 또 얼마 전에는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두고 ‘국민의 혈세로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시장 교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 두가지 정책 모두 시장경제에 배치되는 정책이라는 얘기다. 보수진영에서는 국방정책을 두고도 말이 많다. 현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군구조의 단순화ㆍ기동화ㆍ첨단정보화를 위해 국방부가 수립했던 ‘국방개혁 2020’ 관련 예산 621조원 중 22조원을 삭감했다. 아울러 공군의 반대로 노무현 정권 때도 허가해주지 않았던 제2롯데월드의 건설을 허가했고 오는 2020년 이후 해병대 4,000명 감축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은 항의 광고를 싣는 등 반발을 하기도 했다. 집권 초반기에 맞닥뜨린 세계적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처방들이었겠지만 그런 선택들은 그의 이념적 좌표가 오른쪽이라고 생각했던 보수진영에는 상당히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때문에 이 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기존 지지층에서는 “상황에 따라 대증정책만 구사하다 보니 자꾸 갈지자 걸음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마케팅에 익숙한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이념적 좌표를 포지셔닝(positioningㆍ소비자의 마음속에 자사 제품이나 기업을 유리한 위치에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하듯 한다”고 힐난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그는 6일 재산 331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모델되길
400억원 안팎인 전재산 중에서 331억원을 내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먹고 살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치고 있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고 또 이 대통령이 이룬 부도 그 같은 노력의 산물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재산 환원은 가볍게 치부할 일이 아니다. 그는 생각이 나면 한번씩 자신이 보수가 아니라고 부정을 하기는 하지만 그가 몸담고 있는 보수정권이 차떼기 같은 뇌물과 비리 등으로 지탄 받아온 것을 감안하면 그의 결단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덧붙여 우리는 대통령의 재산환원이 최근 어려웠던 그의 정치적 입지와 무관한 순수한 선행이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보수가 뿌리를 내리고 그에 상응하는 진보와 경쟁을 하게 되는 날 우리의 정치사는 거대한 일보를 내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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