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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IZ-21/특별기고] 성균관대 박영택교수

『역사에 기록된 것 가운데 한국전쟁 이후 40년동안 한국이 이룩한 경제성장에 필적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미국의 피터 드러커 교수는 20세기 「한강의 기적」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지난 세기 말 갑자기 들이닥친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의 충격파는 과거의 성공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는 것을 모두에게 일깨워 주었다. 패러다임이 변하면 과거의 학습과 경험은 오히려 해(害)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역설(逆說)이 성립한다. 크레비즈(CREBIZ)란 단순히 새로운 사업이나 사업방식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창조성(CREATIVITY)이란 「참신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발상」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뜻하지만 사업(BUSINESS)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지금부터 펼쳐지는 새로운 세기에 한국경제가 제2의 도약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참신한 발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바로 크레비즈를 꽃피우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패러다임의 변화를 분명히 인식하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무엇보다 먼저 후면경(後面鏡)만 보는 경영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산성 향상이나 원가절감은 이미 하고있는 활동을 보다 더 잘 수행하기 위해 항상 뒷쪽을 바라보게 된다. 19세기 중반 수산업이나 양조산업뿐 아니라 육가공업, 낙농업, 레스토랑, 병원 등에서 얼음이 필수품으로 사용되면서 미국에서 얼음 채취산업은 유망산업으로 성장했다. 뉴잉글랜드의 얼음채취업자들은 얼음을 자르는 기술과 운송 및 보관방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톤당 10~20달러에 달하던 원가를 100분의 1로 낮추어 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냉동기술이 발달하면서 얼음 채취한업 자체가 소멸했다. 냉장고가 있는데 얼음 덩어리를 자르고 운송하고 저장하는 능력을 100배 향상시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워드프로세스와 PC가 나오자 40개에 달하던 타자기 업체들은 모두 파산하거나 다른 기업에 흡수되고 말았다. 1970년대 중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산업에 속하였던 기업들은 모두 무대에서 사라졌다. 어제의 일을 「어떻게」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까에 집착하지 말고, 내일을 위하여 오늘「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미래를 향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 둘째, 사업을 안정된 궤도에 올리려 하지 말고 안정된 사업을 불안정한 곳으로 내쫓는 용기가 필요하다. 수성(守成)을 하려는 입장에서는 변화가 항상 위협이 되지만 공격하는 자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성은 언제나 창업보다 어렵다. 1970년대 후반 코닥은 디지털 이미징이 전통적인 화학필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10여년에 걸처 50억달러 이상의 R&D(기술개발)부문에 투자했다. 그러나 코닥의 중역들은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수익성이 높은 자사의 필름과 인화지 시장이 잠식당할 것을 우려해 이의 도입을 망설였다. 그러는 사이 소니와 같은 전문 전자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가로챘다. 일반적으로 자사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신제품일수록 기존 제품의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을 우려하여 위험을 회피하면 결국 경쟁자에게 자사의 기존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만다. 미래를 향한 경쟁이 진정 어려운 이유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먼저 안정된 현재를 스스로 파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창조성은 계획이나 전략에 의해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환경의 자연적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1992년 3M의 발명가였던 프랜시스 오키는 사포의 판매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던 중 기발한 생각을 하였다. 날카로운 면도날 대신 사포로 면도할 수는 없을까? 오키는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는 일을 계속 반복하였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오키가 이렇게 엉뚱한 일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자유로운 사내분위기였다. 3M은 자유분방한 창의적 사고가 언젠가는 큰 보상을 가져다준다는 신념에 따라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결국 오키는 웨토드라이(WETORDUY)라는 방수사포를 개발하여 회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정받는다」는 기업 비전을 3M이 실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프랜시스 오키와 같은 창의적 인물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하는 일에 간여하지 말라」는 철학을 일관되게 지켜온 덕분이다. 방수사포나 포스트잇 같은 3M의 대표적 히트 상품들의 개발이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을 가능케 한 3M의 환경은 결코 우연히 창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넷째, 인재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따라서 그들을 어떻게 유인, 보유, 활용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결정된다. 현재 미국 대기업들은 두뇌유출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최고의 인재들이 사표를 쓰고 신생 인터넷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은 간단하다. 과거에는 신생기업들이 대부분 자기자본으로 설립되었지만 지금은 상당수의 인터넷 업체들이 투자전문회사로부터 창업자금을 지원받기 때문이다. 명문 경영대학원의 MBA졸업생들이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미국의 경우 20인 미만의 소기업이 수출총액의 50%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총액의 절반 이상이 5대그룹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본다면 두뇌유출이 대기업 일변도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파장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자, 정보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의 인력유출이 이미 시작되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창조적 지식사회로 규정되는 21세기에는 인재가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산을 확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업방식, 조직구조, 근무환경, 인센티브시스템 등과 같은 사업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검토 및 재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사이버 경제를 전제로 우리의 사고와 관행 및 전략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인 바이컴(BUY.COM)은 상품을 원가보다 싸게 파는 대신 광고를 대거 유치해 사업 첫해에 1억2천5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프라이스라인컴(PRICELINE.COM)은 고객이 먼저 원하는 상품과 가격을 제시하면, 이러한 조건으로 상품을 공급할 판매자를 찾아주는 입찰서비스로 6주만에 세계 10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접속건수 기준)로 자리잡았다. 종래의 사고방식으로는 상품을 원가보다 싸게 판다든지 고객이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이러한 일들이 현실세계에서 통용될 것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회장은 『앞으로 5년 정도만 지나면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전자상거래를 하는 인터넷 회사로 바뀔 것이며, 이러한 변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자상거래에서 의미하는 상거래는 통상적인 의미의 거래뿐 아니라 마케팅, 광고, 조달, 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비즈니스 활동을 말한다. 사이버 경제에서는 인터넷 서비스르 중심축으로 하지 않는 어떠한 사업모델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대량생산에 의한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경쟁하던 20세기는 거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의 무대였으나, 인터넷을 비즈니스의 기반으로 삼는 21세기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다면 누구라도 승자가 될 수 있다. 지난 세기의 성공경험을 씻어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받아들이는 기업만이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크레비즈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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