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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낙후한 한국 금융기법

[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낙후한 한국 금융기법 원칙없는 대출자금운용 버젓이 세계에서 돈 빌리기 가장 쉬운 곳은 어느 나라일까. 답은 한국이다. 역설도 과장도 아니다. 국내에서는 대학을 갓 졸업해도 유명회사나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아무리 명문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얻었어도 신용이 없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 금융감독원 오갑수 부원장보에게는 요즘도 미국 은행과 카드사들의 거래권유서가 날아든다. 돈을 싸게 빌려줄 테니 갖다 쓰라는 내용이다.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그는 금융거래를 할 수 없었다. 신용을 알 수 없다는 이유였다. 공부를 마치고 교수로 재직하면서 그는 특별히 대출받은 적은 없지만 신용카드 결제일을 꼬박 꼬박 지켰다. 성균관대 김혁 교수도 마찬가지 케이스. 귀국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최우량 고객으로 인정받게 된 덕분에 미국 금융회사들로부터 돈을 빌려가라는 제의를 아직까지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직장인 또는 공무원'이라는 직함만 가지면 돈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입사 1년차나 20년차나 금리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거래실적이나 신용없이도 돈을 빌리기 가장 쉬운 나라가 한국이라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 무렵 결혼하고 집을 구하는 게 보통. 이 때 특별한 연유가 없는 한 고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주택저당채권(Mortgage Loan)이 잘 발달되어 있지만 거래실적이 없는 첫 거래자는 보통 15%가 넘는 금리를 물어야 한다. 시중금리가 5%선임을 감안하면 고금리가 아닐 수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금리 수준이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로 예금자가 은행에 보관비용을 내면서 돈을 예탁하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있지만 신용이 없으면 대출받기도 낮은 금리를 적용받기도 불가능하다. 연 30~80%에 이르는 살인적인 고금리로 유명한 '사리깡'은 일본에서 일반인들이 돈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일본의 직장인중에는 샐러리맨과 할인을 의미하는 '깡'이 합성된 '사리깡'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업대출 금리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룹계열사나 공기업이면 회사 내용과 관계없이 싼 값으로 돈을 빌려 쓸 수 있었다. 물론 일부 초우량기업의 경우 외국에 있었다면 훨씬 낮은 금리로 조달 가능한 돈을 국내 은행에서 비싸게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중에 외국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기업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런데도 모두가 비슷한 금리로 대출 받아왔다. 원칙없는 대출ㆍ자금운용은 한국 금융시장의 낙후성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 외국에 비해 금리가 높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초우량기업은 비싼 금리를 물고 개인은 신용이 없더라도 상대적으로 싼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낙후성은 은행들이 편하게 앉아서 장사해온 데서 기인한다. 기업에게는 부동산 담보를 취득하고 개인에게는 보증만 세우면 그만이라는 대출 풍토가 대출시장의 선진성ㆍ차별화를 막아온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틈나면 '신용불량자 리스트 삭제' 식의 선심행정으로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막아왔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재벌그룹사가 워크아웃기업으로 지정되거나 도산하고 공기업도 부도나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은행들의 대출관행도 선진국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김석중 전경련 상무보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신용 중심의 금융거래가 정착되지 않고서는 금융선진화의 길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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