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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처녀의 철학적 사유와 자아 갈등 그려

■ 풍선을 샀어…조경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조경란(39)이 4년 만에 내놓은 소설집은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가 복잡하게 뒤섞이며 의식이 흐르는 대로 서술이 지배되기도 한다. 치매, 알츠하이머 등 질병을 앓는 주변 인물들과 불안에 사로잡힌 주인공들의 갈등과 고통이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한다. 달팽이, 풍선 등 소설 속 치유와 회복의 상징물도 철학적이며 형이상학성을 띈다. 확실히 쉽고 가벼운 요즘 소설들과는 선을 긋는다. 대중과의 소통이 수월하진 않아 보인다. 표제작인 ‘풍선을 샀어’를 포함해 ‘형란의 첫번째 책’ 등 대부분의 단편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다. 지난 2004년부터 올 봄까지 슬럼프 시기에 작가가 고통을 이겨내면서 쓴 소설들이다. 이 때문에 단편들에서 비슷한 설정들이 많고 모두 1인칭 시점이다. 작가는 “이제껏 낸 소설집 가운데 가장 흡족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읽는 재미와 빠져드는 몰입성은 부족하다. 철학적 사유와 자아의 갈등은 책에 두드러진다. ‘풍선을 샀어’의 주인공은 작가와 닮아 있는 37세의 노처녀이다. 독일에서 10년 만에 귀국한 ‘나’는 문화센터의 ‘쉽게 읽는 니체’ 강좌를 맡게 된다. 나는 강좌에서 공황장애를 겪는 전직 핸드볼 골키퍼를 만나며 그의 불안과 고통이 남의 일이 아님을 떠올린다. 그처럼 공황장애를 겪었던 나는 그와 함께 공포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니체에게 철학이란 얼음으로 뒤덮인 고산에서 자발적으로 사는 것이었듯 나에게 있어서 삶이란 것 또한 바로 그랬다(47쪽)’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환상성도 발견된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꿈을 바탕으로 썼다는 ‘형란의 첫번째 책’을 비롯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에서는 주인공의 상처가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존재들에 의해 회복된다.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밤이 깊었네’의 주인공은 글쓰기에 사로잡힌다. 글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꿈꾸는 작가의 의식이 반영된 까닭이다. 작가 개인의 고민과 자의식에서 생산된 이번 소설집이 독자에게 어찌 다가올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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