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세무사로 활동하는 A씨는 최근 기업들의 법인세 관련 업무를 처리하면서 깜짝 놀랐다. 단골 기업 고객들의 지난해 이익이 전년보다 평균 20%가량씩 줄었기 때문이다. A씨는 주변 세무사에 물어봐 자신과 비슷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부의 한 간부가 들려준 세무사들의 동향이다. 경기가 안 좋아 기업 실적이 나빠지니 그만큼 올해 세금이 덜 걷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관련 업계에 퍼지고 있다는 뜻이다. 세무사들의 우려는 기우 차원을 벗어나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ㆍ4분기 중 걷은 국세 실적이 47조424억원(잠정치)에 불과했다는 게 대표적 징후다. 일반적으로 1~3월에는 연간 국세 수입의 3분의1에서 4분의1 정도가 걷힌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12년의 5년간 평균치를 보면 1ㆍ4분기의 국세 징수 비율이 27.0%였다. 이 같은 비율을 전문용어로는 '세수 진도율'이라고 하는데 해당 기간 중 가장 높았던 적은 2008년의 30%였다. 반면 가장 낮았던 적은 2009년의 25.6%였다.
이를 지난 1ㆍ4분기 실적에 적용하면 올해 국세 수납 전망치는 평균 진도율 적용시 174조2,311억원으로 추정된다. 만약 최저 진도율을 적용한다면 156조8,080억원, 최고 진도율 적용시에는 183조7,593억원으로 추계된다. 이 중 가장 낙관적인 2008년도 진도율을 적용하더라도 정부가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수정한 국세수입(210조3,981억원)보다 약 26조원 정도 세수 펑크가 나는 셈이다. 평균 진도율 적용시에는 36조원가량의 구멍이 생기며 최저 진도율 적용시에는 53조원대의 세수 부족이 나게 된다.
물론 정부도 세수확충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이다. 국세청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 정보 등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준다면 연간 최대 4조5,000억원(간접효과 포함시 6조원)의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세청 역시 국세청 등과의 정보공유를 통해 탈세 등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며 기획재정부는 불요불급한 비과세ㆍ감면 조항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다만 이들 조치가 모두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도 세수목표 미달액이 올해 26조~53조원에 달하게 되면 구멍을 메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 하반기 다시 한번 2차 추경이 추진될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1년에 두 차례 이상 추경을 편성했던 적이 많았다"며 "만약 하반기 경기가 빠르게 개선돼 세금이 정상적으로 걷힌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경론이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 내에서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경우 재차 추경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행 국가재정법이 추경 편성 요건을 경기침체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야권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어 2차 추경이 쉽지만은 않다. 이 경우 야권이 증세의 발판으로 세수 결손 문제를 들고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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