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캠퍼스 흡연부스 있으나마나

수천만원 들여 설치했지만 아무곳에서나 버젓이 담배 피워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법학관과 서라벌홀 사이에 자리한 연두색 컨테이너 박스. 비흡연자를 배려하기 위해 지난달 설치된 흡연부스다. 부스 바로 앞에는 ‘이 곳은 교내 흡연 가능 구역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도 펼쳐져 있는데 지난해 총학생회가 정한 흡연구역 11곳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흡연부스나 구역과 상관없이 아무 곳에서나 흡연하고 있어 대학가의 금연열풍을 무색케 하고 있다. 심지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흡연부스와 흡역구역이 오히려 캠퍼스 내 흉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중앙대, 고려대, 서강대, 가천대, 한림대 등의 대학에서 흡연부스와 구역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흡연부스와 구역은 중앙대처럼 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6,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뒤 학교에 기증한 경우가 있고, 고려대처럼 학교에서 7,000만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제작해 설치하기도 한다. 현재 중앙대와 고려대는 각각 1곳과 2곳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대학내 흡연자들은 흡연부스와 구역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중앙대의 한 학생은 “흡연실에 들어가면 몸에 담배냄새가 배는 것 같아 싫다”며 “굳이 저 안에서 피워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구경거리가 되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고려대 중앙광장 흡연부스 옆에서 만난 한 학생도 “다들 밖에서 피우는데 굳이 저기까지 들어가서 피워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냄새가 심해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효과가 없기는 흡연구역도 마찬가지다. 흡연구역이 지정돼 있는 서강대에서는 구역 외에서 흡연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신을 비흡연자라고 밝힌 한 학생은 “수 십 곳의 흡연구역이 만들어지더니 외진 곳은 다 흡연구역이 된 것 같다”며 “그렇다고 거기서만 피우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환경미화를 담당하고 있는 한 청소부는 “흡연구역을 설치하나 마나 담배꽁초는 여전하다”며 “그냥 꽁초가 조금 더 많은 곳이 생겼을 뿐”이라고 전했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 운영 중인 금연장학금 제도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시행한지 2년이 지났지만 혜택을 받은 학생이 20명에 불과한 것이다. 비흡연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적잖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은지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원은“흡연부스나 구역의 경우 학생들이나 전문가의 의견수렴 없이 학교가 일방적으로 설치해 별 효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괜한 금연열풍에 앞장서서 부스를 설치하기 보다 학생들로 하여금 금연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