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금융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서민들은 저축을 하고 집장만과 모자란 생활비를 위해 은행을 찾으며 기업도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대출을 받는다. 여윳돈을 굴리려 해도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곳에 가야 하고 노후를 위한 대비도 이들의 몫이다.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심장이고 허파다.
이런 금융을 지탱해주는 것은 신뢰다. 내 돈을 제대로 관리하고 안전하게 유지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은행이 존재할 수 있다. 도덕성은 이를 담보해주는 보증서와 같다. 자칫 여기에 생채기가 난다면 모든 분야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뒷돈을 받고 불법대출을 해주거나 자금을 빼돌린다면 누가 믿고 거래하겠는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큰 혼란과 재앙을 몰고 오는지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거대 투자은행의 탐욕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해 세계경제를 아직도 짓누르고 있다. 대주주가, 임직원이 고객 돈을 제멋대로 꺼내 쓰는 추악성을 보여준 저축은행 사태에서 울부짖는 서민들을 목격했다. 어떤 경우에도 이런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세계 각국이 금융에 유달리 엄격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정부에 버금가는 이들을 일반기업과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영향력이 크면 그에 따른 책임도 커져야 한다는 헌재의 메시지를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분명히 새겨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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