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전통산업이 아닌 첨단 제조산업입니다. 고기능성 유리와 상생협력을 발판 삼아 올해는 유리 장인 기업의 명성을 되찾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6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만난 이용성(50·사진) 한글라스 대표는 유리 명가의 명성을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 대표는 "용광로에서 녹여서 만들어지는 유리는 한때 금속산업으로 분류되며 정체산업으로 여겨졌지만 고기능성 유리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며 "그린 리모델링 확산과 공공부문 건축 물량 증가, 정부의 친환경 저 에너지 건축정책 강화 등 호재 역시 상당히 많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국은 1인당 유리 사용 면적이 세계 1위이고 에너지 세이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갈수록 높아져 단열성이 높고 태양열 차폐성능 등을 갖춘 유리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954년에 설립된 한국유리공업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유리 제조 분야 1위 업체였지만 최근까지 심한 위기를 견뎌야 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건설경기 붐과 더불어 만들면 팔리는 호황기를 보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와 건설경기 한파, 중국과 중동 등 해외 산 저가 유리의 대거 유입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부딪쳤다.
하지만 지난해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비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액은 3,268억원으로 전년보다 0.9%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86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턴어라운드의 바탕에는 코팅유리 부문에서의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과 대리점과의 상생협력을 통한 생산공정 혁신이 자리잡고 있다.
이 대표는 "에너지 절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고기능성 유리인 코팅유리 수요가 매년 30%씩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회사 역시 불과 3년 전만 해도 코팅 유리의 매출 기여도가 5% 미만이었지만 어느덧 2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한글라스의 코팅유리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과 LH신사옥, 남극 세종기지 등 대형프로젝트에 적용돼 기술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한글라스는 업계 선두 지위를 굳히기 위해 모두 550억원을 들여 군산에 세계 최대의 기능성 유리 생산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56개의 회원사로 구성된 복층유리 생산자 네트워크인 듀올라이트와 강화유리 가공업체 네트워크인 세큐라이트 파트너도 한글라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한 몫 하고 있다.
한글라스는 업계에서 관행처럼 굳어져 온 대리점에 단순 임가공 오더를 내리는 방식은 피하고 있다. 대신 대리점들이 듀올라이트와 같은 고유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영업망을 확장하도록 적극 지원한다. 대리점 대상 기술 교육과 마케팅 지원, 회원사 관리 등에 본사 역량을 집중한 결과 중소 대리점들은 무엇보다 품질 경쟁력을 기르고 한글라스는 안정적으로 판유리원판을 공급할 수 있어 동반성장 효과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회사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등 시련도 적지 않았다"며 "지난해 초에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당장 나부터 사표를 쓰겠다'고 밝혔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는 다행히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영업 등 일부 부서에서는 5년 만에 성과급도 지급했다"며 "올해는 약 4년 만에 매출 증대에 나서는 한편 수익 공유 모델을 만들어 일하기 좋은 명품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